헬스케어 IT 열풍이 식고 있다. 지난해 미국 벤처캐피털 업계가 역대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했지만 올해는 오히려 성장세가 꺾였다.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투자가들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올 상반기 헬스케어 IT부문 투자액은 28억달러(3조1332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억달러(약 3조6957억원)보다 5억달러(약 5600억원)줄었다. 2분기 투자액 역시 17억달러(약 1조9038억원)로 전년동기대비 1억달러(약 112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헬스케어IT 투자액은 IT산업 전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이 분야에 대한 총 투자액은 68억달러(약 7조6153억원)로 2013년 총 투자액 29억달러(약 3조2448억원)보다 갑절 이상 많았다. 헬스케어IT 분야에선 사상 최대 규모 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당시 오바마 정부가 도입한 ‘오바마케어’와 웨어러블 기기 등 기술적 혁신이 성장을 이끌었다.
올 상반기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제네핏츠(Zenefits)와 오스카헬스(Oscar Health)다. 두 회사는 최근 진행한 투자라운드에서 각각 5억달러(약 5560억원)와 1억4500만달러(약 1624억원)를 유치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유전자 시퀀싱에 활용하는 난트헬스와 인구 모집단 건강을 추적한 데이터를 적용하는 헬스카탈리스트도 마찬가지다. 난트헬스는 2억달러(약 2240억원), 헬스카탈리스트는 7000만달러(약 784억원)를 각각 투자받았다.
웨어러블 기기에서는 핏비트(FitBit) 기업공개(IPO)가 눈길을 끌었다. 핏비트는 지난달 당초 예상보다 공모가를 높여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공모시장에서는 웨어러블 헬스 업체에 기회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테크크런치는 분석했다. 스타트업헬스케어 측은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며 “주식 시장은 디지털 헬스에 이제 막 문을 열었고 거래 규모도 이에 발맞춰 큰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한 만큼 향후 이처럼 대규모 거래는 줄어들겠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고 테크크런치는 내다봤다. 초기 질병 위험을 완벽히 분석하는 스타트업이나 오바마케어에 발맞춰 개선된 치료법을 데이터화해 사용하는 업체는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술로 시장 크기를 넘어서고 기회를 지속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헬스케어 IT에 투자한 금액 기준 상위권에 속한 VC도 대부분 대형VC다. 코슬라벤처스(Khosla Ventures), GE벤처스, 벤록(Venrock), 퀄컴벤처스 등의 순으로 각각 1~4위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