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공학과 분자생물학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치료용 유전자가 발굴되고 개발됐다.
특히 유전자를 이용한 항암 치료법은 기존 화학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아 차세대 항암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자체는 암세포 내 전달 효율이 낮아 치료 효과가 낮았다. 효과적인 암 치료를 위해 조직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암세포까지 치료제를 전달해야 한다.
최근 가톨릭대 생명공학과 나건 교수팀이 빛에 반응하는 치료용 고분자를 이용해 항암치료를 위한 나노 유전자 전달체를 개발했다. 이 전달체는 종양 조직에서 빛에 반응해 암세포막을 붕괴시키는 물질을 생성, 유전자 치료제를 암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효율을 크게 높였다.
연구팀은 빛과 암세포 주변 환경에 반응해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는 스마트 고분자 광감작제를 이용한 유전자 전달체를 개발했다. 빛과 나노기술을 융합한 결과다. 이 약물전달체는 암세포 주변 환경의 pH를 인식해 구조를 변환할 수 있게 합성됐다.
기존에도 빛을 이용한 유전자전달체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질병 조직 환경에 반응하는 고분자 물질을 도입해 유전자의약품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치료효과는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빛을 받은 광감작제가 활성산소를 만들면 이 활성산소가 암세포 세포내막을 붕괴시킨다. 이때 치료제가 세포 내로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일반적으로는 활성산소가 발생하면 유전자 치료제가 손상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광감각제는 암세포 내로 들어가면 낮은 산도에 반응해 치료제와 자동으로 분리된다. 때문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 치료제가 깊은 암 조직까지 들어갈 수 있어 효과적이다.
실제 연구팀이 개발한 스마트 나노 유전자 전달체는 치료용 유전자 손상 없이, 조직 깊숙이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흑색종(melanoma) 암세포를 이식한 생쥐모델에서 항암 억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p53유전자’를 함유한 나노전달체를 처리한 후 빛을 조사했을 때 암세포 성장을 효과적으로 저해했다. 기존 유전자치료제만 사용했을 경우 보다 6배 더 효과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기존 유전자 약물 전달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전자 치료제뿐만 아니라 다른 의약품 전달에 응용할 수 있는 기반 기술로써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후속 연구와 임상시험 등에 걸리는 기간을 감안하면 상용화까지는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빛을 이용한 유전자 의약품 전달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기초연구”라며 “유전자 전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약품 전달에 적용할 수 있는 기반기술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물질 최적화와 임상시험 등을 거쳐 적어도 5년 이상 걸릴 수 있다”며 “향후 암 정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나노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트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6월17일자 게재됐으며, 저널표지로 선정돼 다시 주목받았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 유전자치료(gene therapy) : 유전자치료란 비정상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해 유전적 결함을 치료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획기적인 치료법이다. 1990년 중증면역결핍증(SCID)에 걸린 4살 여자아이를 최초로 유전자 치료법을 이용해 완치시키면서 가능성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