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은 지금]<38>스틱형PC

인텔의 컴퓨터스틱
인텔의 컴퓨터스틱

‘이것’을 꼽기만 하면 TV나 모니터가 컴퓨터가 된다. 손가락 두 개를 포갠 크기로, 휴대도 간편하다. 스틱형PC 이야기다.

최근 TV·모니터 고화질멀티미디어인터페이스(HDMI) 단자에 꽂아 이를 PC처럼 활용할 수 있는 스틱형 PC가 잇따라 출시됐다. 크기는 USB 메모리보다 조금 더 크고 신용카드 폭 보다 작다. 호주머니에 넣어 다닐 수 있다. 가장 작은 형태 PC다. 디스플레이 기기와 연결하면 간단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웹 검색, 게임, 동영상 실시간 재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세계 IT기업, 스틱형PC 잇따라 내놔

스틱형PC 포문은 인텔이 열었다. 인텔은 지난해 11월 스틱형PC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데 이어 올 초 소비자가전(CES) 2015에서 스틱형PC ‘컴퓨터스틱(Computer)’을 선보였다. 4월부터 89달러(약 10만원)짜리 리눅스 버전과 149달러(약 16만7700원)짜리 윈도8.1 버전으로 판매 중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컴퓨터스틱은 중앙처리장치(CPU)로 인텔 아톰 베이트레일 쿼드코어 프로세서와 2기가바이트(GB) DDR3L 메모리, 32GB 내장형멀티미디어카드(eMMC) 저장장치, 마이크로SD 슬롯 등을 탑재했다. 확장단자는 USB 2.0한개로, 마이크로SD카드로 저장용량도 키울 수 있다. 무게는 42g에 불과하다.

와이파이로 인터넷을 연결해 클라우드에 저장돼 있는 각종 문서를 작업할 수 있다. 동영상은 최대 4K 해상도 영화나 블루레이까지 재생한다. 게임은 간단한 온라인 게임이나 마인크래프트 등도 돌아간다. 키보드·마우스는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된다.

이 컴퓨터스틱으로 PC 개념을 바꾸겠다는 게 인텔의 야심찬 목표다. 그동안 ‘컴퓨터’라면 떠올렸던 이미지가 데스크톱PC, 노트북PC였다면 이를 스틱PC로 바꿔 어디에서든 이 조그만 기기로 컴퓨팅 작업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이 PC를 대체하고 소비자들이 PC를 사무작업, 프로그래밍, 게임 등 일부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구글도 적극적이다. 크롬 운용체계(OS)를 넣은 ‘크롬비트(Cromebit)’를 곧 출시한다. 록칩(Rockchip)의 3288 프로세서에 RAM 2GB, 16기가 짜리 eMMC를 탑재했다. 가격은 100달러 이하다. 넷플릭스, MS오피스365 등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와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엡손, 마우스컴퓨터 등 다른 IT기업들도 연이어 스틱형PC를 선보였다. 엡손 스틱형PC인 ‘엔데버 SY01’은 내부에 소형 쿨링팬을 탑재해 방열 성능을 키웠다. 대기 상태에서 소음은 10데시벨(dB)에 불과하다. 일본 마우스컴퓨터 스틱형PC인 엠스틱(m-Stick)은 윈도우8.1을 쓴다. 마찬가지로 냉각 팬을 갖췄다.

프랑스 아코스도 99달러짜리 스틱형PC ‘아코스PC 스틱’을 선보였다. 사양은 다른 윈도용 스틱형PC와 비슷하지만 가격이 강점이다. 오는 7월 나올 윈도10을 탑재할 예정이며 MS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도 기본적으로 적용한다.

◇스틱형PC, 전망은?

아직 스틱형PC가 갈길은 멀다. HDMI단자가 하나뿐이고 키보드·마우스를 블루투스로 연결해야하는 등 불편한 점이 여럿이다.

하지만 수요는 많다. 출장이나 외근, 퇴근 후에도 디스플레이 장치와 스틱형PC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으니 기업간(B2B) 비즈니스에 적합하다. 디지털 사이니지, 병원, 학원, 도서관 등 특수 영역으로 진입할 수도 있다. 현재 B2B PC 시장은 태블릿PC가 주로 쓰인다. 태블릿PC보다 저렴하니 이용 동기는 충분하다.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선 세컨드PC로 활용 가능해 성장 가능성이 높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717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줄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최근 올 1분기 태블릿PC 판매량이 5180만대로 전년동기대비 9% 감소해 2분기 연속 하락했다고 밝혔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