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2제타바이트’ 시대가 다가온다

[기고]‘2제타바이트’ 시대가 다가온다

벨이 지금의 송수화기 형태의 실용 전화기를 발명한 시기는 1876년이다. 인류 최초의 문명인 이집트 문명이 시작된 이후부터 제대로 된 양방향 통신 수단을 발명하기까지 어림잡아 5000년 이상 걸린 셈이다. 그러나 전화기가 발명된 지 108년 만인 1984년, 인류는 인터넷을 시작했고 이후 최근 30년간 통신 시장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우리나라에 전화기가 소개된 것은 1896년이다. 그로부터 98년 만인 1994년, TCP/IP 기반 상용 인터넷 서비스가 국내 최초로 시작됐다. 전화에 연결된 모뎀을 통해 014XX라는 번호로 연결을 하게 되면 9.6kbps 속도로 인터넷에 접속해 사용이 가능했다. 현재 유선에서는 기가인터넷, 무선에서는 LTE-A로 통신 사업자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통신 기술 발전이 눈부시게 진일보했다는 것을 실감한다.

과거 통신 시장의 발전을 이끌어온 주체가 통신 사업자였음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현재 시장을 바라보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시분할다중방식(TDM) 기반의 전화가 IP 기반 인터넷 전화로 진화했다. 통신과 방송이 융합된 IPTV 시장이 이미 유선 TV 시장을 앞지르고 있다.

통신 기술의 발전에 따라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일반화되면서 다양한 디바이스로 간편하게 동영상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삼성전자, 애플과 같은 단말기 사업자와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OTT 사업자가 새롭게 가치사슬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 달 발표된 시스코 ‘VNI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세계 IP 트래픽은 2제타바이트(ZB)에 달해 2014년 대비 세 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1ZB는 약 1조1000억기가바이트(GB)에 달하는 데이터량이다. 월 트래픽 발생량은 168엑사바이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전 ‘인터넷 시대(1984~2013년 말)’에 발생했던 트래픽의 총량과 맞먹는 규모다.

국내 IP 트래픽은 2019년에 2014년 대비 두 배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VNI 보고서는 이러한 IP 트래픽 증가 요인으로 인터넷 사용자 증가, 네트워크 연결 기기 확산, 더욱 빨라진 브로드밴드 속도, 어드밴스트 비디오 서비스 증가, 모빌리티 성장, 만물인터넷과 M2M의 성장, 게임 관련 네트워크 트래픽 급증, 온라인 뮤직, 위치기반 서비스(LBS) 확산을 꼽았다.

오늘날 통신 사업자는 이 가치사슬에서 오히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듯한 모습이다. 통신 사업자는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VNI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국내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2014년 대비 6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별화된 수익형 모바일 전략이 통신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초고화질(UHD)과 같은 비디오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대역폭을 강화해 수준 높은 서비스 품질을 제공해야 하는 것도 검토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통신 사업자의 IP 네트워크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구축돼야 한다. 이를 위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와 협업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디바이스의 지속적인 증가에 대비, 보안 측면도 절대 간과할 수 없다. 인증을 포함한 보안과 인텔리전스가 한 방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주요 IT 기업 시가 총액을 보면 애플이 7000억달러를 돌파했다. 구글이 약 3500억달러, 페이스북이 약 2000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혁신적인 전략과 사업 모델로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기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통신 사업자 역시 뛰어난 통신 인프라 구조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수익 모델을 발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때다. 만물인터넷, 가상화, 클라우드와 같은 새로운 수익 모델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 세계적인 통신사로 활약하기를 기대해 본다.

박재범 시스코코리아 부사장 jaepark@cis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