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정의 신문고]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지난 4월 대구에서 열린 세계물포럼을 기억할 겁니다. 주최 측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자격루 퍼포먼스가 사고로 이어지면서 세계물포럼보다는 자격루 붕괴사고로 더 많이 알려졌습니다. 이날 퍼포먼스는 자격루에 연결한 줄을 당기면 항아리에 담긴 물이 아래로 흘러내리고 북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행사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과 손님으로 참석한 인사들이 줄을 당기자 2m짜리 구조물이 넘어지면서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했습니다.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요란한 행사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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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에는 ‘정보문화의 달’ 기념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와 민관협력 기구, 청소년, 일반인 등 4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정보문화유공 시상과 함께 ‘K-ICT를 통한 착한상상 프로젝트 발대식’도 있었습니다.

여러 행사 가운데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시연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빠졌습니다. 비콘 기술을 이용한 위치기반 정보제공 서비스 시연이었습니다. 블루토스라는 IT 벤처기업이 밤을 새워가며 준비한 새로운 IT서비스였습니다. 비콘을 설치한 행사장에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 접근하면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행사장에서 이 시연을 볼 수 없었던 건 행사를 관장하는 정부 측이 세계물포럼 사고를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던가요. 그렇다 하더라도 대형 구조물을 설치해 시연한 세계물포럼 행사와 비콘 몇 개 설치하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되는 간단한 시연을 동급으로 여긴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입니다.

취재를 하다보면 PC나 주변 환경 때문에 새로운 IT서비스 시연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평소엔 잘 되다가 공식 행사 때만 말썽을 부린다는 겁니다. 정부 측이 시연을 거둬들인 것도 이런 이유였을 겁니다. 만약에 있을 오류 때문에 한 기업이 오랜 기간 준비한 땀방울과 노력이 그대로 묻혔습니다. 소신 있는 공무원의 모습이 아쉽습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