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자립섬처럼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자체 전력 활용으로 짜여진 한국형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이 수출 물꼬를 텄다.
한국전력은 아프리카 모잠비크 에너지기금청과 마이크로그리드 활용 전기화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연내 실증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지난 3일(현지시각) 양국 정부와 한전 관계자가 참석한 마이크로그리드 모잠비크 사업 기공식도 가졌다. 모잠비크 에너지기금청은 광물에너지부 산하기관으로 전력 미계통 지역 전기화 사업을 담당한다.
이번 협력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민관합동 경제사절단 아프리카 방문행사 중 하나로 만들어졌다. 산업부와 모잠비크 광물에너지부는 발전사업과 전력망 구축 관련 사업에서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한전과 모잠비크 에너지기금청은 앞으로 마이크로그리드 기술교류 및 현지 전기화 사업 추진, 후속사업 발굴 등에 협력하게 된다.
한전은 모잠비크 마햐냐니 지역에 태양광발전설비 50㎾, 에너지저장장치(ESS) 100㎾h 등을 설치한다. 오는 11월까지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해 50여 가구와 학교·주민센터 등에 전력을 공급한다. 현지 주민들은 주요 수입원인 목재나 바이오연료 생산이 수월해져 에너지 자급 수준은 물론이고 삶의 질 향상이 기대된다.
한전은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마이크로그리드 전력사업을 적극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인규 한전 전력연구원장은 “모잠비크사업으로 주변 환경에 적합한 해외 전기화 사업용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을 성공적으로 확보할 것”이라며 “마이크로그리드 비즈니스 모델이 글로벌 에너지벨트 한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개도국 전력인프라 수요 ‘무궁무진’
한전 마이크로그리드 모잠비크 첫 수출은 우리 에너지 신산업 모델 수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전은 그간 ‘가사도 에너지 자립섬 프로젝트’ 등을 통해 마이크로그리드 기술 실증과 수출형 사업화를 꾀해왔다.
한전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과 에너지저장장치, 에너지관리시스템 등으로 구성돼 그 자체만으로도 특정지역에 독립된 전력계통망을 구축할 수 있는 강점을 갖췄다. 발전소나 전력계통은 물론이고 전력 생산을 위한 원료 유통망조차 없는 황무지 같은 저개발 국가나 전력인프라 후진국에 턴키방식으로 수출하는 모델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모잠비크 역시 국민 약 60%가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전기를 공급받는 인구 중 65% 정도만이 국가전력망을 이용할 뿐 나머지는 자체 발전기를 사용 중이다. 국토 전역을 관통하는 대규모 전력망 구축에 부담이 큰 상황에서 한전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은 독립적 전력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모잠비크 사례는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의 제2, 제3 수출 기대감을 높인다. 많은 개발도상국 국가들이 전력인프라 확충 계획으로 현재 선진국이 구축한 전통적 대형 전력 네트워크보다는 독립형 분산전원 형태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녹색기후기금(GCF)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도상국 개발 기금을 집행하는 것도 우리로선 기회다. 한전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은 GCF가 구상하는 개발도상국 개발 모범사례와 유사하다. 관련 기금이 개발도상국에 지원돼 본격적으로 집행되면 사업 발주에 참여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한전은 모잠비크 사업과 동시에 북미나 동남아시아 지역 등 현지에 적합한 마이크로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 개발해 국내 관련 기업과 동반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등 에너지 신산업 분야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