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민, 긴축안 거부 결정

그리스 국민투표 용지 이미지
그리스 국민투표 용지 이미지

그리스 국민이 결국 긴축정책안 반대를 택했다. 채권단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부채 상환이 어려운 수준에 도달한 그리스 미래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5일(현지시각) 열린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그리스 국민 다수는 반대표를 던졌다. 기존 찬반이 박빙을 보일 것이란 예상을 깨고 반대표는 전체 61%로, 찬성 39%를 크게 앞섰다. 사전 여론조사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각각 44%와 43%로 1%포인트(P) 찬성표가 우세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이 제안한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자 채권단에 즉시 협상을 재개하자고 요청했다. 그는 당일 밤 TV 대국민 연설에서 “반대 결정은 민주주주의가 협박받을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전하며 은행영업 재개를 위해 즉시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2일 그리스 부채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 “IMF에 따르면 부채가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30% 부채탕감(헤어컷)과 만기 20년 연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이 위임한 권한이 유럽과 결별이 아닌 실현 가능한 해법을 찾도록 협상력을 높이라는 것”이라며 유로존에 잔류하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그리스 정부는 향후 협상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야당 대표와 6일(현지시각) 회동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전해지자 “그리스 국민 뜻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양대 채권국인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도 전화통화로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한다는 뜻을 전했다.

유로존은 7일 긴급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18개국 회원국 정상과 치프라스 총리는 회의에 참석해 그리스 사태를 논의한다. 그리스와 유로존 모두 그리스 유로존 탈퇴 파장을 고려해 재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재협상이 시작되면 최대 채권국 독일 내 정치권을 설득해야 할 메르켈 총리 부담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개최를 예고한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서도 긴급유동성지원(ELA)과 관련된 논의를 가질 계획이다. 그리스 ELA 한도는 꾸준히 늘어나다 국민투표를 결정한 이후 상한선이 동결된 바 있다. 이에 자본통제조치로 수입중단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ELA 증액 논의가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 여파는 세계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 코스피, 일본 닛케이지수, 홍콩 항셍지수 등 아시아 증시 대부분이 하락했다. 도쿄외환시장에서는 유로화도 장중 1유로에 1.0969달러까지 떨어졌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