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업무용 고가 차량 세제 혜택 연 5000억원 육박"

개인·법인 사업자가 수입자동차를 비롯한 고가 자동차를 업무용으로 등록해 연간 5000억원에 육박하는 세제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세법이 업무용 차량에 무제한에 가까운 세제 혜택을 주고 있지만 등록 용도와 다른 사적 이용을 감시·제한할 수단은 없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수입차를 비롯한 고가 차량 세제 혜택이 연 500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수입차를 비롯한 고가 차량 세제 혜택이 연 500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와 현대자동차그룹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개인·법인 사업자가 지난해 차량 구입비로만 4930억원 비용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차량 운용과 유지비에 따른 세제 혜택까지 합하면 이들이 지원받은 금액은 6300억원에 이른다.

이는 현행 법인·소득세법이 업무용 차량 구입비와 유지비를 모두 경비 처리 가능하도록 허용하면서 세제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최근 고가 수입차 판매가 급증한 것도 일부 사업자들이 이런 허점을 악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실련은 현대차그룹과 KAIDA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국내 판매되는 국산차 3종, 수입차 510종 판매 현황을 집계했다. 5000만원 이상 국산차의 업무용 차 구매 비중은 53.9%, 2억원 이상 수입차의 업무용 차 구매 비중은 87.4%에 달했다. 이들 수입차 35종 중 13종은 판매량 전부가 업무용으로 등록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차량은 지난해 총 10만5720대가 업무용으로 판매됐고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7조4700억원이다. 개인과 법인 사업자 구매 비율을 5대 5로 가정하면 개인사업자가 3122억원, 법인사업자가 1808억원 세제 혜택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과도한 세제 혜택에 비해 이들 차량의 사적 전용 여부를 감시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일부 재벌가 오너가 수억원 대 스포츠카를 계열사 업무용도로 등록한 뒤 사적으로 사용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경실련은 제도적으로 업무용 차의 경비 처리를 제한하고 업무 목적 사용 증빙을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000만원을 초과하는 차량 구매 비용의 경비 처리를 금지하고 업무일지를 토대로 업무용도 운용·유지비만 경비 처리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 경우 차량 가격 제한만으로 연간 3058억원 세수가 확보된다. 경실련은 이 내용을 골자로 입법청원운동을 전개한다.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은 “현행 세법이 업무용 고가 차량 구입을 오히려 유도하고 있어 온전히 세금을 내고 있는 개인 구매자, 국내 중소형차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실태 분석을 보완하고 여론을 확보해 9월 정기국회 전 개정안을 확정하고 입법 청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