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고속철도 신칸센 수출국 다변화에 나선다. 최근 미국, 인도 등 여러 국가에서 진행하는 고속철도 수주를 따내겠다는 목표다. 지금까지는 대만이 유일했다.
닛케이신문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 고속철도 회의’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신간센 해외 수출을 강조했다고 8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미국과 동남아, 인도 등 20여개국에서 고속철도 구축 계획이 있다”며 “신칸센 기술을 해외로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신칸센은 속도 및 안전성에서 높은 기술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술을 수출한 국가는 대만이 유일하다. 올 봄 일본 내 ‘호쿠리쿠 신칸센’ 개통이 마무리되며 국내 신규 건설 수요가 줄어든 것도 해외 시장 개척 필요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일본은 늘어나는 해외 고속철도 수요를 잡기 위해 각 국가 사정에 맞는 기술과 운영 관리, 유지보수 노하우를 제공하는 현지화를 강조한다. 자동차를 비롯한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고객 중심 현지화 자세가 철도 사업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미타 테츠로 JR 동일본 사장은 “종합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차량부터 실제 운영에 필요한 정시운행 시스템, 유지보수, 인재 육성 등 현지화된 서비스 중요성을 역설했다.
신칸센 해외 수출 주요 시장으로는 미국, 태국, 인도가 꼽히고 있다. 아시아 철도 시장은 오는 2019년까지 511억유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이에 독일 지멘스, 캐나다 봄바르디어, 프랑스 알스톰 등도 앞다퉈 시장 공략에 나섰다. 중국 남차그룹과 북차그룹이 합병해 탄생한 세계 최대 철도교통차량그룹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 JR 도카이는 초전도 리니어 기술을 북미에 수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일본이 개발을 진행 중인 차세대 고속열차 ‘리니어 주오 신칸센’은 지난 4월 일본 야마나시현에서 진행한 유인 주행시험에서 세계 최고 속도인 시속 603킬로미터를 기록했다. JR 도카이는 오는 2027년 일본에서 신규 철도를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JR 동일본은 인도 시장에 신칸센을 수출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시작했다. 기온이 높은 인도 환경에 맞춘 차내 공조 시스템이나 팽창하는 레일 유지보수 방법 등을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JR 동일본을 포함한 일본 기업 연합이 태국 방콕 지역 도시철도 계획에 차량부터 유지보수 업무를 제공하기도 했다.
해외 사업을 위한 인력 영입도 활발하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온 유학생을 적극 채용하는 등 국제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일본은 해외 인재를 확보해 미래 해외 철도 사업을 담당할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도시철도 운행을 지원하는 오쿠 요시미츠 도쿄 메트로 사장은 “일본 시스템만을 고집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 맞게 철도 문화를 함께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