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부산 데이터센터 건립이 오리무중이다. 작년 9월 윤창번 당시 대통령비서실 미래전략수석은 취재진에게 “MS 투자가 성사 단계에 있다”고 전했지만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우리 정부와 MS 간 협상은 지지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 이야기를 종합하면 “협상은 중단됐고, 이렇다 할 추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협상 재개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소강상태’라는 것이 양측 입장이다.
최종 결정은 MS 경영진 판단에 달려 있다. 하지만 그간 투자 유치에만 정신이 팔려 우리 정부가 글로벌 기업에 끌려다닌 건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MS 한국 데이터센터 설립 추진 얘기는 2011년에도 나왔다. 최시중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했을 때 MS 측은 “한국에 데이터센터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해 11월 방한한 MS 사장도 데이터센터 한국 건립 의사를 내비쳤다. 4년이 지났지만 MS는 “검토 중”이란 말만 되풀이한다.
MS로서도 데이터센터 투자 조건이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를 직접 만나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수차례 가졌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가 작년 9월 방한했을 때도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MS 행사가 열린 서울 삼성동 호텔을 찾았다.
MS 외에도 아마존, 오라클, IBM 등 해외 유수 기업이 한국 내 데이터센터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투자자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맹목적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소득은 없다.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짝사랑식 구애작전은 한계가 있다. 혜택은 충분히 주되 당당함은 잃지 않는 협상기술이 필요하다. 협상 주도권을 쥔 정부 모습이 보고 싶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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