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축구의 FIFA랭킹이 57위라고 발표됐다.
우리나라 국민 누구도 이 순위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지만 현실이 그렇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그럴만도 하다. 국가대항 A매치에는 수많은 관중이 몰리지만 K리그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건실한 유소년 육성시스템, 두터운 선수층 등 세계적인 축구 강국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다.
한국 축구와 한국 이동통신 산업은 닮은 점이 있다. 삼성, LG 등을 제외하곤 세계적인 기업이 없다. 건실한 이동통신 중소기업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물론 삼성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받쳐 줄 기업들이 너무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동통신 산업은 우리나라 전체 ICT 생산의 17.2%를 차지하는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주력 핵심 산업이다. 한국은 CDMA 세계 최초 상용화한 이후 스마트폰은 삼성전자가 세계시장 1위의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4세대 LTE 서비스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등 세계 이동통신 분야를 주도해왔다.
하지만 최근 국내 3위의 휴대폰생산업체인 팬택이 도산했고 이동통신 장비는 세계시장 점유율 3%에 그치는 등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 원천특허에 대한 로열티 부담으로 인해 중소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 출시 후 iOS를 바탕으로 한 간결하고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앱스토어를 통한 응용소프트웨어 생태계 등 스마트 폰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동통신 분야는 최근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화웨이는 이동통신 장비 분야에서 세계 2위를 지키고 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바탕으로 최근 인도시장에 진출했다.
그밖에 레노버, ZTE, 화웨이 등이 국내기업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흔히 중국의 이러한 강세가 중국 저임금과 무조건 베끼기 전략에 기인한다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중국 저력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스마트폰 생산업체들이 원하는 제품의 레퍼런스 디자인 및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립 디자인 하우스 (Independent Design House, IDH)는 중국 저가폰 개발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IDH는 중국 전역에 수백 개에 이르고 있고 쿨패드(Coolpad), 록칩(Rockchip), 스프레드트럼(Spreadtrum) 등은 IDH에서 시작해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기업들이다.
이동통신 분야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다. 조금만 방심해도 몰락할 수 있다. 우리는 모토롤라, 노키아 등 쟁쟁했던 기업들의 몰락을 봐 왔다.
우리가 이동통신 분야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삼성, LG외에도 강한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강한 국내리그가 있어야 강한 국가대표가 있듯 부품, 단말, 장비 분야에 특화된 강소기업이 늘어나야 한다. 휴대폰 분야에서는 원천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에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삼성이 휴대폰에 자사 모뎀칩을 개발, 완료해 갤럭시 S6부터 탑재 중이라는 것이다. 이제 퀄컴에 의존하지 않고 원가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장비분야는 대기업-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재난 안전망 등 특화된 공공업무용 무선장비 기술개발 및 국내 구축 등을 통해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연구분야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원천기술을 연구, 지원해야 한다.
이제 전세계 이동통신업체들은 오는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5세대 이동통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정부도 K-ICT 9대 전략으로 5세대 이동통신을 선정하고 2020년까지 총 6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투자가 강한 중소기업이 많은 진정한 이동통신 강국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박현철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이동통신 CP hcpark@iit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