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AMP ‘중국 특수는 소멸됐다’

진대제AMP ‘중국 특수는 소멸됐다’

세계 공장에서 세계 시장으로 변모한 중국 경제의 위상 변화에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명쾌한 해답은 아니지만 중국 시장을 타깃 세분화해 구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즉, 소비재 시장은 삼성·LG 등 대기업에게 맡기고 중간재·서비스 시장은 중소기업이 공략하는 수출 전략을 수립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소비재 시장은 제품 이미지가 중요한 만큼 글로벌 브랜딩 능력을 갖춘 대기업에 적합하다. 반면 중간재·서비스 시장은 품질·가격에 민감하니 중국 제품을 수입 대체하거나 IT 서비스·인력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

길포럼(이사장 진대제)과 전자신문이 운영하는 진대제 최고경영자과정(AMP) 강연에서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2일 ‘시진핑 시대 중국경제의 변화와 한국기업의 대응전략’이란 주제로 이같이 강조했다.

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중국 특수는 2012년 이미 소멸했다고 단언했다. 중국에 원자재와 부품을 공급하던 수출구조는 이제 막다른 골목에 왔다고 한다.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석유제품 등 업종에서 중국 설비가 확충된 탓에 2012년 이후 4년째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증가율은 정체 상태이다. 올해 1분기엔 1.5%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국내 기업이 13억 중국 인구의 내수 시장을 뚫기도 힘들다고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수 시장에 들어가는 수입 제품 비중에서 한국은 2009년 33.7%에서 2012년 33.7%로 변화가 전혀 없다.

반면 독일, 미국, 일본은 같은 기간 동안 2%p~3%p 대로 증가했다. 우리나라가 삼성, LG와 같은 글로벌 브랜딩 능력을 갖춘 대기업이 많아지지 않는 한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하기 힘든 반증이란 설명이다. 브랜드 이미지가 좋은 선진국 소비재 제품이 중국 내수 시장을 서서히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중국의 원부자재·부품 특수 소멸 이후 우리나라가 대중 수출 비중을 높이기 위해선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고 한다. 그는 국산 중간재를 수출해 중국 내수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새로운 대중 수출 전략 수립 근거로 국제무역연구원의 한국의 대중 수출품 구성 자료를 제시했다. 국산 중간재 비중은 2010년 69%에서 2014년 74%로 5%p 증가했지만 국산 소비재 비중은 2010년 3.0%에서 2014년 3.3%로 0.3%p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국 내수 시장 공략과 소비재 공략 방식이 다른 만큼 그 성격에 따라 중간재, 소비재, 서비스 등으로 구분하고 중소기업들은 중간재, 서비스 시장 개척에만 역량을 집중해야 중국 수출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지만수 연구위원은 “정부 역시 중소기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중국 투자 전략과 수출 지원전략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권기영 인천대 교수(중어중문학과)는 “우리는 중국에 접근하는 방식이 그동안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봤다”며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경제와 문화를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시진핑 정권이 들어서기 전인 지난 2011년 중국 공산당은 궁극적으로 ‘세계 경제 대국’이 아닌 ‘사회주의 문화 강국’을 국가 미래 비전으로 선포한 점을 눈 여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G2 대우를 받지만 문화적으로 후진국 이미지로 고민하니 국격(소프트 파워)을 강화하는 문화산업을 치밀하게 조사해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