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플라스틱 카드 없이 모바일 전용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지만 발급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 ‘계륵 상품’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카드사별로 모바일전용카드 발급에 나섰지만 대부분 1000좌 이하의 부진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모바일전용카드 발급 과정에서 ‘24시간 후 발급’과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문제가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최근 정부는 실물카드가 필요 없는 모바일 단독카드 발급을 허용했다. 하지만 실제 발급은 보안상의 이유 등으로 24시간이 지난 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카드사는 대형마트 등에서 현장 발급 고객이 ‘24시간 이후’ 발급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발급 자체를 포기하거나 모바일 체크카드로 갈아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모바일 전용 체크카드는 즉시 발급이 가능하지만 모바일 신용카드의 경우 하루가 지나야 발급 가능하다. 기존 플라스틱 카드보다 발급시간은 단축됐지만 현장에서 이벤트나 할인 혜택을 보고 바로 사용하려는 고객이 많아 24시간 이후 발급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일부 카드사들이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지만 현장 발급이 되지 않아 상당수 고객이 카드 등록을 포기한다”며 “최근 6개월간 보안 사고가 없음에도 막연한 보안 우려로 즉시발급을 허용하지 않는 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고객이 모바일 전용 신용카드를 신청하면 카드사는 카드를 다운받을 수 있는 URL을 보내준다. 하지만 모바일 카드를 등록하려면 공인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공인인증서의 점진 폐지를 추진 중인 정부 정책과도 상충된다.
더욱 큰 문제는 일반 신용카드처럼 ‘카드론’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모바일전용카드 승인 과정에서 카드론을 차단시켜 ‘반쪽 신용카드’라는 오명을 썼다.
모바일카드를 발급 중인 카드사 관계자는 “일반 신용카드와 동등한 혜택을 준다고 말을 하지만 카드론 자체를 막아놔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실물카드를 없애고 모바일카드를 사용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며 “제작비용이나 재고 관리가 필요 없어 카드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쪽카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이 같은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올 하반기 금융당국에 여러 규제 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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