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항공우주국(NASA)과 우주 화물수송 계약을 맺고 있는 미국 민간 기업 오비탈사이언스의 로켓 안타레스(Antares)가 지난해 12월 발사 직후 6초 만에 발사대에 주저앉아 폭발했다.
지난 4월엔 러시아 소유스(Soyuz) 로켓이 오작동을 일으켜 임무수행에 실패했다. 지난 6월에도 미국 스페이스X사 팔콘(Falcon)-9 로켓이 이륙 후 약 2분 만에 공중분해 됐다.
식량 등 우주인에게 꼭 필요한 물자를 보급하는 중요 임무를 맡은 미국과 러시아 로켓이 연달아 세 번이나 실패한 것이다.
우주발사체는 사실 무척 오랜 기술 개발 역사를 가졌으나 여전히 사고 확률이 매우 높은 기술 분야다.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1957년 발사됐으니 로켓이 우주발사체로 쓰인 지 벌써 58년이 됐다. 그러나 폭발과 같은 치명적 사고가 지금도 여전한데다가 발사 중지, 연기 같은 이상 상황도 빈번히 겪고 있다.
우주발사체의 역설은 긴 연구개발 기간과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실패 위험이 쉽게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주 개발이 활성화될수록 더 많은 화물을 더 효율적으로 더 저렴하게 발사하기 위한 기술 조건이 점점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우주 선진국은 이런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저마다 새 로켓 개발에 뛰어들었다. 유럽은 차세대 발사체 아리안-6, 러시아는 앙가라를 개발 중이다. 스페이스X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잠식해 오자 더 저렴한 로켓 개발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도 주력 로켓인 H-2가 비싼 가격 탓에 시장 진입에 실패하자 절반 가격을 목표로 한 H-3 개발에 착수했다.
물론 우주 선진국의 차세대 발사체는 미래를 위한 우주 영토 확장 시도와도 직결된다. 인도는 자국 산 로켓 중 가장 센 LVM3 로켓을 개발해 유인 우주탐사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은 자국 주도의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해 대형 구조물 발사 능력을 갖춘 차세대 창정(Long March)-5호를 시험 중이다.
우리나라도 한국형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1.5톤급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로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우주 선진국의 차세대 발사체와 기술격차가 큰 것이 사실이지만 이마저도 결코 쉬운 도전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우리는 나로호 개발을 통해 우주발사체 개발 경험과 기술을 축적했다. 우주센터 등 기반 시설도 갖췄다. 러시아와의 협력은 선진 우주강국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나로호 개발 성과와 경험은 한국형발사체 개발의 씨앗이 됐다.
한국형발사체는 우주 선진국의 차세대 발사체처럼 고신뢰, 고효율, 저비용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에 우선되는 우리의 당면 목표는 기술 자립이다.
우리나라 연구진이 한국형발사체 개발 성패를 좌우할 로켓 엔진과 한판 씨름을 벌이고 있다. 사고 위험이 큰 시험을 수십, 수백 번 반복하며 오류를 수정하고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요즘 시대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하지 못하는 몇 안 되는 분야가 바로 로켓 엔진의 연소 시험이다.
시기적으로 7월은 한국형발사체 사업 1단계가 끝나는 때다. 사업이 총 3단계로 설계됐으니 3분의 1을 지나온 셈이다. 그동안 개발 과정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앞으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술 자립 과정에서 실패와 시행착오는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우주발사체는 개발 과정에서도, 상용화된 후에도 엔지니어들에게 쓰디쓴 실패를 안겼다. 그러나 우리는 실패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 우주발사체 개발에서 고난은 약이 된다. 기꺼이 이겨내고 우주 강국을 향한 우리 꿈을 완성할 것이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gwcho@ka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