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태양광 고급인력 갈 곳이 없다

[기자수첩]태양광 고급인력 갈 곳이 없다

얼마 전 태양광모듈 석사 학위자가 모 대기업 태양광모듈 분야 채용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 대기업은 올해 상반기 전국에서 유일하게 배출된 태양광모듈 석사를 외면하고, 4년제 학부 졸업생만 채용했다. 회사 사정에 따라 선택한 것이겠지만, 태양광 전문인력이 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인 사람 입장에선 허탈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석·박사급 태양광 전문인력이 일할 곳 없이 헤매고 있다. 매년 태양광 분야 박사급이 20여명, 석·박사급을 합하면 100명 정도 배출된다. 하지만 이들이 전공을 살려 태양광기업이나 연구소 등에 취업하는 비율은 30%에도 못 미친다.

우리나라 태양광기업 고급인력 수요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한화와 LG가 최근 기가와트(GW)급 태양전지·모듈 생산능력 확대 계획을 발표했지만, 여기에 필요한 인력은 단순 생산직이나 라인을 관리할 엔지니어급 정도다.

한화는 이미 독일에 연구인력을 집결시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인력 충원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LG전자도 상당수 연구인력을 고용해 충원 수요가 적다. 무엇보다 태양광산업이 신기술 개발보다는 원가절감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기업에서 미래만 보고 비용 지출이 큰 고급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태양광 고급인력 고용시장은 열악하더라도 미래 우리나라 태양광산업을 이끌어갈 인재 양성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는 석·박사 인력 채용 시 일정 기간 세제혜택이나 병역특례 등 지원방안을 마련해 고용 수요가 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 진행에 수반되는 소재·부품 테스트와 생산라인 최적화 등에 필요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고용해 태양광 전문인력 풀을 유지해야 한다.

가격경쟁이 힘겹다고 전문인력 고용·양성을 외면한다면, 10년 20년 뒤 우리나라 태양광산업 기술경쟁력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