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72> 경영자는 요리사다

[이강태의 IT경영 한수]<72> 경영자는 요리사다

TV를 틀면 여기저기 온통 맛집과 요리에 관한 프로그램들이다. 하긴 사람 사는 데 먹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가 또 있겠는가? 이제는 배고플 일이 없다 보니 좀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찾는다.

그래서 단순한 끼니 때우기에서 출발한 식사가 이제는 보기에도 좋고 맛도 있는 요리로 발전해 가고 있다. 이른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 거의 전부 먹는 것과 관련이 있다. 오락, 여행, 건강, 힐링 프로그램도 마지막에는 먹는 것으로 끝맺는다. 예전에는 맛집을 찾아다니고 유명한 요리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많더니 이제는 스스로 해먹는 삼시세끼 유형의 요리 프로그램이 대세다. 덕분에 요리사라고 하기보다는 셰프라고 부르는 것이 더 멋있어 보인다. 이제 요리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좋아진 느낌이다.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 어떤 요리든 하나의 재료로만 만들지는 못한다. 하나의 재료로 맛있게 먹을 수도 있겠지만 요리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요리란 여러 재료를 섞어서 각 재료가 가진 고유의 맛을 서로 조화롭게 결합시켜서 새로운 맛을 내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요리란 식재료의 융합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요리는 서로 안 어울릴 것 같은, 일반 사람이 생각치도 못했던 식재료의 결합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이미 알려진 레시피도 자기만의 비밀 소스가 있다든지, 재료 배합비율을 비밀로 하는 때도 많다.

요리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요리와 경영이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경영도 여러 부류의 사람을 결합시켜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 낸다. 그런 의미에서 경영자는 요리사다. 같은 식재료를 써도, 같은 레시피를 써도, 요리사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왜 그럴까? 요리는 물리적 결합이라기보다는 화학적 결합이다. 맛은 어떤 객관적 기준을 잡기가 어렵고 각 개인이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비전, 경영목표, 전략을 만들어서 써 붙이고 난리 쳐도 결국에는 직원들 개개인이 회사를 어떻게 느끼는지에 따라 회사 성패가 갈린다. 회사의 객관적인 목표는 만들 수 있어도 직원 개개인 속마음까지는 정의하고 강요하기 어렵다. 스스로 느끼고 동의하고 따라 줘야 한다. 각 직원이 물리적으로는 섞여 있어도 화학적으로 결합되는지 못되는지는 경영자에게 달려 있다. 물리적인 결합에서 화학적 결합으로의 변환에는 경영자의 열정과 정성이 필수다. 마치 어머니 요리가 어느 요리책 레시피보다 더 맛있는 것도 어머니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정성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어머니 요리를 보면 어려운 시기에 넉넉지 못한 식재료를 가지고 가족을 배부르게 먹이려고 한 정말 창의적인 요리가 많다. 경영을 하다 보면 항상 뭔가 부족하다. 시간, 기술, 자본, 수요, 경기, 정부지원 등 뭔가 부족하고 모자란다. 충분하고 완벽한 경영환경이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경영 요체는 부족한 경영요소를 뭔가로 대신하고 보충해서 최선의 경영으로 가는 여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저녁거리 없으면 텃밭에 나가 이것저것 뜯어 저녁 찬거리를 만들어 내는 어머니의 심정이나, 부족한 경영요소들을 이것저것 섞어서 제대로 된 경영실적을 만들어 내는 경영자나 심정은 같을 것이다.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지역마다 다양한 요리 방법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부분 요리는 잔칫날 1년에 한두 번 먹는 요리라기보다는 평소에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그 계절에 나는, 그 지역 식재료로 정성껏 만들었던 요리들이다. 이 요리에는 어머니의 손맛과 사랑이 듬뿍 담겨 있다. 이것저것 준비해서 서로 품앗이해서 푸짐한 양에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서 가족, 동네 사람들과 같이 나눠 먹는 공통점이 있다. 요리를 나눠 먹는 것은 일종의 공동체 의식이다. 이웃과 서로 품앗이하고 나눠먹는 것은 회사에서 매우 중요한 기업문화다. 한 회사 내에서 각 부서가 서로 품앗이를 하고 업적을 나눌 수 있다면 그 회사는 분명히 성공하는 기업이고 오래가는 기업일 것이다. 요리를 맛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랑 같이 나눠 먹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우리 요리는 경험을 바탕으로 적당량을 넣도록 돼 있다. 저울에다 달아서 정확한 비율을 지키는 서양 요리가 아니라 어머니 감에 따라 대충대충 넣어도 간도 맞고 맛도 좋은 그런 요리가 나온다. 이른바 손맛이라는 거다. 경영에도 손맛이 매우 중요하다. 경영자가 직접 직원들을 챙기고, 현장 곳곳을 누비고 다니고, 고객을 일일이 만나는 그런 기업은 경영자 손맛이 느껴진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요리를 하라고 하면 먼저 인터넷에서 레시피부터 찾는다. 그러나 레시피대로 한다고 해서 꼭 맛있다는 보장이 없다. 요리는 스스로 해보면서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경영에서도 외국의 경영이론을 베끼거나 컨설턴트에게 물어보는 때도 많다. 그러나 그들이 경영결과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 경영에는 경영자의 정성과 열정이 알려진 경영이론보다 더 중요하다. 직접 해보지 않고는 배울 수 없다.

경영자가 요리에서 배워야 할 몇 가지가 있다. 그것은 경영은 직원들을 하나의 경영목표에 매진하도록 화학적으로 결합시키고, 부족한 경영요소를 창의적으로 적절하게 배합해, 주위에서 경영자의 손맛을 느낄 수 있도록 열정과 정성으로 경영하고, 스스로 실패와 성공을 바탕으로 경험을 쌓으면서 경영실적을 창출하고, 경영 과실을 직원, 주주, 사회와 함께 나눌 줄 알아야 한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