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예산, 25년 만에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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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1991년 이후 25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박근혜정부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로 창조경제를 구현하겠다고 외치지만 정작 R&D 예산은 삭감하는 정반대 행보다. 과학기술계는 R&D 예산 축소로 미래 성장동력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이장무 공동위원장 주재로 ‘제9회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열고 ‘2016년도 정부 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심의 확정했다.

정부는 내년 국가 R&D 사업 가운데 국방과 인문사회 분야를 제외한 19개 부처, 373개 주요 R&D 사업에 올해보다 2.3% 감소한 12조6380억원을 투자한다.

분야별 내년 투자계획을 보면 미래 성장동력 창출 분야에 올해보다 8.1% 증가한 1조1423억원을, 중견·중소기업 지원에 1.4% 늘린 1조3821억원을 투입한다.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국민 관심이 높은 감염병 예방 등 재난재해·안전 분야에는 11.2% 증가한 7083억원을 투자한다. 과학기술 전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인·집단 기초연구 지원 분야에는 1조1071억원을 지원한다.

이에 비해 일부 사업을 중단하는 등 구조조정도 진행한다. 투자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두고 부처·사업별로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단행해 6399억원의 예산을 줄였다.

정부 R&D 예산이 감소한 것은 1991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정부 R&D 예산 증가폭 둔화가 두드러진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R&D 예산 증가율은 평균 두 자릿수를 기록했고 이명박정부에서도 연평균 증가율이 9.6%에 달했다. 반면에 현 정부 들어서는 2014년 3.4%, 2015년 6.6%, 2016년 -2.3%로 이전 정부와 큰 차이를 보인다.

과학계는 R&D 예산 축소가 과학계와 미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장재 과총 정책연구소장은 “예산을 줄이면 중장기적 연구를 새로 시작하기 어렵다”면서 “미래 먹거리나 새로 출현하는 이머징 기술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이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R&D 예산 삭감은 창조경제라는 구호가 허구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현 정부가 정말 과학기술에 관심이 있다면 이전 정부가 보여줬던 예산 증가추세는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향후 국회 예산안 논의 과정 등에서 R&D 예산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배 미래부 창조경제조정관은 “1990년에서 1991년으로 넘어가면서 결산 기준으로 R&D 예산이 줄어든 이후 내년에 처음 감소할 것으로 여겨진다”면서도 “아직 최종적으로 기재부나 국회와 논의할 기회가 있어서 (증액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의결한 정부 R&D 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은 기획재정부에 통보하고, 기재부는 국방·인문사회 R&D 등의 예산과 함께 내년 정부 예산안으로 확정해 오는 9월 11일 국회에 송부할 예정이다.


[표]정부 R&D 예산 변동추이(단위:억원)

자료:미래창조과학부

정부 R&D 예산, 25년 만에 마이너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