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를 용융·가공해 섬유모양으로 만든 유리섬유는 초고속 인터넷 등 광통신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소재다.
독일 막스플랑크광학연구소(MPL) 연구진은 이 유리섬유를 데이터 전달 용도 외에도 고정밀 다목적 센서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줄처럼 길게 늘여 송유관 내부와 같이 가혹한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 기존 센서를 적용하기 어려운 분야에 활용도가 높을 전망이다.
연구진은 가운데가 비어있는 포토닉스 결정 섬유 내부에 자기장과 온도, 진동 등 물리량 변화를 인식하는 미세한 유리 비드(bead)를 흘려보내 센서 기능을 구현했다. 원거리에서 물리적 변화를 측정할 수 있고 독한 화학물질 속에서도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섬유를 통해 보내진 광선이 외부 요인에 어떤 영향을 받는 지 분석해 물리량을 원격으로 측정하는 원리다.
유리섬유 내부 빈 공간은 공기로 채워져 있다. 온도가 올라갈수록 공기 점도가 감소하는데 이 때 내부를 이동하는 입자 속도도 빨라진다. 공기 밀도 변화에 따른 입자 속도와 회전 주파수 등을 바탕으로 온도 변화를 측정한다.
자성을 지닌 입자를 활용하면 자기장과 진동을 측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입자가 지닌 전하량에 따라 나타나는 움직임 변화를 구분해 자기장과 진동 변화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섬유 센서 최대 구현 가능 길이는 약 400미터다. 일정 길이 이상 되는 공간에는 유리 입자를 가둬둘 수 없고 레이저도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훨씬 더 낮은 손실률을 지닌 포토닉스 결정 섬유도 있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면 수십 킬로미터까지 센서 섬유 길이를 늘일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진은 송유관과 변압기, 변전소 등 가혹한 작동 환경과 원거리 측정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응용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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