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만장회도(慢藏誨盜)](https://img.etnews.com/photonews/1507/704439_20150713141028_940_0001.jpg)
만장회도(慢藏誨盜), 주역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물건을 태만하게 보관하면 도둑에게 도적질을 가르치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훔쳐가는 도둑보다 허술하게 관리한 잘못이 더 크다는 의미다.
최근 지방자치단체 기업육성 프로그램을 보면 ‘만장회도’가 떠오른다.
대구시는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지닌 소기업을 스타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프리(Pre)스타기업’ 제도를 만들었다. 지난달엔 ICT와 기계금속 등 산업별로 23곳을 선정했다. 선정된 기업은 사업비 지원과 각종 정책 및 시설자금 금리, 다양한 기업지원 혜택을 받는다.
프리스타기업에 선정된 한 기업 대표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부와 지자체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하도급업체에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받아 사업비를 신청한 뒤 보조금 수억원을 가로챘다는 혐의다.
이보다 앞서 대구시가 선정한 스타기업은 기존 생산직 직원을 신규 채용으로 속여 고용노동부 지원금을 허위로 타낸 사실이 드러났다. 경북지역에서는 지자체 우수사례에 선정된 기업이 국고로 지원한 연구비를 횡령했다는 혐의로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해마다 반복된다는 점이다. 지자체가 자랑하는 우수 기업이 왜 불량기업이 됐을까.
1차적으로는 불법을 저지른 기업 잘못이다. 하지만 기업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비리를 감지하지 못한 채 우수기업으로 선정한 지자체와 기업지원기관 잘못이 더 크다. 열려 있는 곳간이 도둑을 불러들이듯 부실한 기업지원제도가 부도덕한 기업을 만들었다.
기업지원제도는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소기업을 스타기업으로 키우는 역할을 한다. 성장성 있다고 판단된 기업은 제도가 주는 다양한 혜택을 바탕으로 더 큰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우량기업이 그 수혜를 받아야 마땅하다.
기업지원제도를 다듬어야 한다. 혜택 기업 선정에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밀한 검증시스템을 마련해 허술한 곳간에 놓인 각종 지원혜택을 도적질해 불량기업이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