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월성 2호기 곧 상업운전 돌입…24기 원전 다 돈다

우리나라 스물네 번째 원자력발전소(원전) 신월성 2호기가 이달 말이면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1000㎿급 한국 표준형 원전 OPR1000 모델로는 우리나라에 마지막으로 지어진 프로젝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얼마 전 수명연장 승인을 받아 계속운전에 들어간 월성 1호기에 이번 준공한 신월성 2호기까지 가세해 여름철 안정적 전력수급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월성2호기 주제어실 근무자들이 상업운전을 앞두고 주계통 정상운전을 확인 중인 모습.
신월성2호기 주제어실 근무자들이 상업운전을 앞두고 주계통 정상운전을 확인 중인 모습.

지난 10일 방문한 신월성 2호기는 상업운전에 앞서 시험가동으로 주요 계통 정상운전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지난 8일부턴 100% 출력에 도달, 240시간 동안 이를 유지하면 원자로와 터빈발전기 성능을 최종 확인하는 인수성능시험이 진행 중이다.

1983년 가동한 월성원전본부는 국내 첫 중수로 원전이다. 월성원전 4호기까지는 중수로 원전으로 건설됐고, 신월성 원전부터는 경수로 원전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신월성 2호기도 경수로 모델이다.

정문에서부터 2중3중 보안절차를 거쳐 원전 내부로 들어서면 높이 70m에 달하는 콘크리트 돔 6개가 일렬로 늘어섰다. 먼저 보이는 지붕 덮개 형태 돔은 중수로 월성원전 1~4호기, 다음으로 보이는 원형 동은 경수로 신월성 1·2호기다. 2년 반 만에 계속운전에 들어간 월성 1호기는 100% 출력으로 안정적인 전력생산에 돌입해 있다.

신월성 2호기 입구에는 방문객이 전체 구조를 가늠할 수 있도록 발전소 계통과 경수로 원전 모형이 설치돼 있다.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발전소 두뇌라 할 수 있는 주제어실을 만나게 된다. 수많은 모니터와 계기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최상단부에 위치한 경고창이다. 전방 180도로 둘러쳐져 있는 제어반은 원자로와 발전설비, 냉각설비, 증기발생기 등 주요 설비별로 분류되어 있고 상단 경고창을 통해 유사시 어디서 어떤 고장이 발생했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옆 통로를 따라 경수로 핵연료 저장고를 볼 수 있다. 현재 수조에는 700개 핵연료봉 저장렉이 설치돼 있다. 신월성 2호기가 10년 동안 사용하는 핵연료 양이다. 아직 저장렉이 설치돼 있지 않을 곳까지 활용하면 1400개 핵연료봉을 보관할 수 있다. 이곳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리를 받는 곳이기도 하다. IAEA는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3분에 한차례 사진을 찍어 핵연료 이상 사용 여부를 감시한다.

아래 터빈실로 내려가자 후끈한 열기와 강렬한 기계음이 들려온다. 증기발생기를 통해 데워진 고압증기가 이곳 터빈실로 들어와 1개 고압터빈과 3개 저압터빈을 분당 1800바퀴씩 회전시키고 있다.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상업운전에 돌입할 수 있다는 기세다. 11일과 13일 오전까지 이틀은 23기 원전과 신월성 2호기까지 24기 원전 모두가 전기를 생산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우리나라 모든 원전이 동시에 전력을 생산했던 기록은 지난 2011년 23기 가동이 가장 최근이다. 불과 이틀이지만 원전 역사가 시작된 처음으로 24기 원전 모두가 최초로 가동한 셈이다. 이틀 동안 원전이 생산한 전기는 약 10억㎾h, 서울시 가구가 한 달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24기 원전 운영은 개별회사 기준 프랑스 EDF와 러시아 로사톰에 이어 원전업계 3위에 달하는 성적”이라며 “철저하고 선제적인 설비 관리로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해 여름철 전력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월성=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조석 한수원 사장 인터뷰] 원전, 계속운전과 폐로 사이 새로운 룰 필요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과 고리원전 1호기 폐로 같은 중대고비를 넘긴 한국수력원자력이 새로운 룰 필요성을 검토하고 나섰다.

지난 10일 조석 한수원 사장은 월성원자력본부 현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원전 계속운전 신청 관련 제도 개선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 방향을 정한 건은 아니지만 현행 제도가 제시하는 규칙이나 방향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계속운전 제도 변경 제안은 최근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과정에서 여러 논쟁에 시달렸던 이유도 한몫했다. 월성원전 1호기는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지만, 앞서 형님 뻘인 고리원전 1호기 수명연장과 비교할 때 높은 장벽에 부딪혔다.

조 사장은 제도개선 제안과 관련, 아직 입장과 방향을 정하지 않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행제도에서 원전 계속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수명종료 2년 전까지 연장신청을 해야 하고 그 기간도 10년으로 정해져 있어 시장 환경이나 사회 분위기에 따른 유연한 대처가 어렵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유럽은 매 10년마다 주기적 안전성 검사로 계속운전을 결정하고 미국은 라이선스 리뉴얼 개념으로 20년 단위 갱신을 해주고 있다”며 “우리는 이 두 제도를 병합한 모델로 현실을 감안할 때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인지를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원전 폐로 준비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조 사장은 “고리원전 폐로에 5년 시간이 있지만 준비해야 할 것도 많기 때문에 지금부터 단계적으로 완벽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폐로 관련 지역주민 지원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비쳤다. 지금 발전소 지원금이 법률에 의해 발전량에 비례해서 나가는 만큼 정지된 발전소 관련 지원금은 법적근거가 없다는 해석이다. 원전 해체를 위해 모아둔 해제 충당금 역시 폐로과정에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현재로선 별도 지원에 대한 검토는 하지 않고 있다.

해체 과정에 대해선 기본 발주사업자가 한수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사장은 “세계적으로 원전 폐로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는 없지만, 대부분 운영사가 사업을 나눠 진행한다”며 “다양한 사례를 검토해 폐로계획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지난해 10월 이후 원전 고장 정지가 (단 한 차례도) 없다”며 “원전 운영에서 안전은 첫 번째 책임인 만큼 잔고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