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가 미래를 만나 디지털화하고 있습니다. 의사의 즉각적 진료행위가 포함된 원격진료를 제외한 나머지 원격의료는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김치원 서울와이즈요양병원장 말이다. 김 원장은 내과 전문의이지만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레지던트를 마친 후 맥킨지에서 의료·정보기술(IT)분야 경영컨설턴트로 일했다. 삼성서울병원 의료관리학과 조교수로 병원전략 수립에도 관여했다. 최근 ‘의료, 미래를 만나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김 원장은 원격의료와 원격진료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격진료는 의사의 즉각적 진료행위를 포함한 것을 의미한다. 원격의료는 원격진료를 제외한 원격 건강관리서비스가 해당된다. 정부 규제와 제도도 이를 구분해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 원장은 “당뇨환자가 주기적으로 당뇨수치를 측정, 스마트폰이나 병원 전자의무기록(EMR)으로 관리하는 원격의료서비스가 있다”며 “의사 진료는 향후 환자와 면대면으로 이뤄져 원격진료와 구분된다”고 말했다. 원격의료서비스는 허가절차 등을 완화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
원격의료서비스가 단순히 디바이스로만 존재해 이용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헬스케어 관리가 가능한 디바이스가 다수 나왔지만 오랜 기간 사용하는 사람은 적다.
김 원장은 “디바이스로서 디자인이나 사용편리성도 중요하지만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 기능이 필요하다”며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게 한다던가, 약을 제 시간에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동기부여 원격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현실에 맞는 원격진료 서비스 고민도 제시했다. 원격진료 서비스가 우리나라 현실에서 왜 필요한지 생각해야 한다는 게 김 원장 견해다. 김 원장은 “미국 원격진료 서비스는 국가의료보험이 적자가 되면서 의료비용 절감을 위해 시작됐다”며 “진료비가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원격진료 가격을 현 진료비보다 더 낮게 책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용자 고민도 필요하다. 김 원장은 “미국 원격진료 이용 현황을 분석하니 바쁜 직장인이 주 이용자”라며 “우리나라처럼 의료 접근성이 좋은 나라에서는 효과가 덜하다”고 전했다. 현 고민만으로는 원격진료가 병원의 만성질환자 대상 디마케팅 기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격진료 허용 대비 활용 방안을 다양하게 고민해야 하는 배경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자의 해외시장 공략도 주문했다. 김 원장은 “원격의료 서비스가 국내에서 어렵다고 해서 허용만을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미국이나 중국 등 해외에서 먼저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허용된다 하더라도 국내 시장이 좁아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향후 미래 의료로 인공지능이 대두될 것으로 예측했다.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하려면 적어도 몇 세대가 흘러야 가능할 것으로 봤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