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가기술표준원이 운영하는 ‘1381 인증표준 콜센터’로 출산을 앞둔 주부 전화가 걸려왔다. 유모차를 사려는데, 무엇을 확인하고 사야 하는지 묻기 위해서였다. 콜센터 상담원은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에 따라 KC마크와 인증번호가 적힌 제품 구매를 추천했다.
1381 콜센터에는 기업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으로부터 다양한 전화가 온다. 그만큼 기업과 국민 사이에 제품 안전·품질에 관심이 높다는 뜻이다.
인터넷,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요즘은 ‘노하우(Know how)’가 아닌 ‘노웨어(Know where)’ 시대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1년 전 중소기업 해외시장 진출 지원 대책을 논하는 자리에서 “요즘은 정보가 워낙 많아서 노하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노웨어, 도대체 어디를 가야 정확하게 빨리 찾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기업이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으려면 인증·표준 정보가 필수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수많은 인증·표준 정보를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부터 막막하다.
우리나라만 해도 각 부처가 200개가 넘는 법정인증 제도를 운영한다. 수출을 하려 해도 해외 나라마다 상이한 인증·표준제도를 갖고 있다. 이쯤 되니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 담당자조차 관련 내용을 모두 알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기업은 본연의 경쟁력 향상이 아닌 인증·표준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그나마 어렵사리 얻은 정보가 틀린 경우도 허다하다.
기업은 양질의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출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좋은 제품 개발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인증과 표준이 기업에 오히려 커다란 장벽처럼 느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내가 구입한 또는 구입하려는 제품이 믿을 만한지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바로 이 당연한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현명한 소비를 하려 해도 국민 모두가 인증·표준 전문가는 아닌 탓이다.
앞서 임산부처럼 기업과 국민 모두 인증·표준 정보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노웨어를 알고 싶어 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3월 국표원이 1381 콜센터를 개통한 것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기업과 국민에게 올바른 인증·표준 정보를 제공해 이해를 돕고, 나아가 합리적인 소비를 촉진하려는 고민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기업과 국민이 인증표준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지만 아직은 갈증을 해소할 창구가 충분하지 않다. 기업은 인증 정보 습득 못지않게 인증 비용도 큰 부담으로 여긴다. 인증기관 간 경쟁을 유도해 인증 비용을 낮추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업 부담을 덜어주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정보 유통, 인증 서비스 측면에서 기업과 국민이 체감할 만한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인증·표준 정보는 쉽게 찾을 수 없는 복잡하고 어려운 고급 정보다. 사고팔 수 있는 지식재산권도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규제나 장벽처럼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와 공공 분야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지원해야 하는 분야다. 1381 콜센터는 7월 중순이면 어느덧 10만번째 전화를 받는다. 정부는 앞으로 기업과 국민 입장에서 콜센터 서비스를 보완하고 강화할 계획이다.
적어도 더 이상 국민과 기업 입에서 “인증을 왜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거나 “어디서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몰라 어렵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노웨어 시대, 인증·표준 정보가 널리 통해야 기업이 번창하고 국민 삶의 질이 높아진다.
이동욱 국가기술표준원 적합성정책국장 leedw647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