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정부 R&D 예산 마이너스, 미래 성장동력 상실 우려

[이슈분석]정부 R&D 예산 마이너스, 미래 성장동력 상실 우려

정부 연구개발(R&D) 투자가 전년보다 줄어들 위기다. 박근혜정부 이전까지 연평균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꾸준히 늘어난 것에 비하면 충격적 변화다.

정부는 최근 R&D 투자와 관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율이 1위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미 많은 투자를 하는데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분석도 함께 내놨다. 결국 투자 확대보다 기존 예산 문제점을 찾아 효율화하는 쪽을 선택했다.

R&D 투자 축소로 당장 정부 예산을 아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성장동력 육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지난 4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표한 ‘지연된 미래(The Future Postponed)’ 보고서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핵심 내용은 미국 정부가 기초 과학 투자를 줄여 핵심 과학기술 발전이 지연된다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미국 연방 예산에서 과학분야 투자(지출)가 2차 대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이는 미국 미래를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R&D 투자율 ‘1위의 함정’

정부 R&D 투자는 전체 국가 R&D 마중물 역할을 한다.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 먼 미래를 내다본 연구 등에 선도적으로 투자하는 데 쓰인다. 미국, 독일, 일본 등 R&D 선진국이 정부 R&D 투자를 꾸준히 늘리는 것도 현재보다 미래를 위한 포석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것처럼 GDP 대비 R&D 투자율 1위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착시가 숨어 있다.

우선 우리나라는 정부와 민간을 합친 전체 R&D 투자에서 1위다. 정부 R&D 투자율은 1위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1위를 기록한 데에는 기업 등 민간투자 힘이 훨씬 컸다. 우리나라는 2013년 기준으로 전체 R&D 투자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24% 수준으로 미국 37.1%, 프랑스 37.3%, 독일 30.2% 등에 비해 낮다.

또 투자율은 1위더라도 전체 경제규모 차이로 투자금액은 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R&D 투자 규모에서 세계 6위권이다. 하지만 누적 투자액은 미국 9분의 1, 중국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일본, 독일, 프랑스 등에도 크게 뒤진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이미 우리보다 기술력이 앞서 있는 현재에도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절대 투자금액에서 큰 차이가 있는 만큼 기술격차를 좁히려면 지속적으로 R&D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R&D 예산 줄이면 미래도 없다

주요 국가 중 2000년대 이후 R&D 투자 증가율이 높은 두 나라는 한국과 중국이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기술이 발전한 나라로 꼽힌다.

2000년과 2012년 정부 R&D 예산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세 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109억600만달러에서 632억1500만달러로 무려 여섯 배 가까이 늘었다. R&D 절대 투자규모 1위인 미국은 이 기간 동안 갑절 늘었다.

문제는 한국은 투자를 줄이기 시작했고 중국은 현재도 빠른 속도로 R&D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은 정부와 민간 모두 R&D 투자를 큰 폭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중국이 생산력뿐만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우리를 추월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성과주의가 미래를 어렵게 만든다

지난 5월 기획재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R&D 혁신방안을 내놓으며 우리나라의 R&D 투자 대비 성과가 선진국에 비해 뒤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R&D 선진국은 지속적 R&D 투자로 기반기술을 꾸준히 쌓아왔고 이 바탕 위에서 성과를 만들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이 이미 수십년 전부터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R&D 투자를 집행해왔음을 고려해야 한다. R&D 투자 규모가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우리나라가 R&D 투자율이 1위가 됐다고 해서 선진국 수준 성과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근 정부 R&D 투자방향이 중소기업 지원, 사업화 지원 등 단기 성과 창출 쪽으로 치우치는 것에 우려도 나온다.

이장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정책연구소장은 “정부 R&D 예산 증가율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도 문제지만, 경제 살리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R&D 투자가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는 것도 문제”라며 “R&D 사업에서 중장기적으로 먹거리를 만들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국가별 정부(공공) R&D 예산 현황(단위:백만달러)

자료:OECD, R&D Statistics

※ 정부 R&D 예산 추이 (단위:억원)

자료:미래창조과학부

[이슈분석]정부 R&D 예산 마이너스, 미래 성장동력 상실 우려

[이슈분석]정부 R&D 예산 마이너스, 미래 성장동력 상실 우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