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가 미래 자동차 기술을 대표하는 화두로 떠오르면서 첨단 제어·정보기술(IT)·소프트웨어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세계 유수 IT 기업이 자동차 개발을 선언한 배경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구글이 이미 자율주행차 개발을 시작해 완성도 높은 자동차를 선보이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뛰어든 IT기업은 구글뿐만이 아니다. 애플도 도로에서 시험주행 중인 자율주행 자동차가 목격되기도 했다. 미래 자동차 시장이 스마트폰 이후 글로벌 IT 기업들의 최대 격전지로 변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히 발전하는 IT 산업의 외형적 모습만 보면서, 우리는 자칫 미래에는 기존 자동차 기술이 전혀 필요 없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가 불과 몇 십년 이내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그 대신 최첨단 IT로 무장한 미래형 자동차가 거리를 누빌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미래 자동차 시장이 첨단 IT의 총아로 부상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첨단 IT 중심의 미래 자동차 산업만을 직시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은 첨단 IT가 아니라 고효율 이차전지다. 지능형 배터리 센서 기술을 사용해 배터리 전류, 전압, 온도를 실시간으로 예측, 관련 연비 개선 장치가 최적 상태로 작동할 수 있게 해 연료를 저감하는 첨단 IT 개발도 중요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고효율 이차전지 기술이다. 이차전지는 전기화학 반응을 이용해 충전과 방전을 연속적으로 반복함으로써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화학전지로 에너지 변환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나노 기술을 이용하거나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또 전기차는 기존에 생산된 전기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식이므로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보다 에너지 변환 효율 측면에서 불리한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첨단 IT보다는 전통 자동차 기술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 불고 있는 엔진 다운사이징 추세도 눈여겨봐야 한다. 포드의 999㏄ 3기통 가솔린 엔진 출력은 120마력이 넘어 소형 자동차 이상 성능을 확보했다. 하지만 배기량이 줄어든 만큼 연료 소비와 오염 물질 배출이 줄어들어 전기차 못지않은 친환경 자동차 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포드를 필두로 엔진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주도하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100년 전 개발된 ‘오래된’ 터보차저 기술을 자동차에 접목해 성공적으로 미래형 자동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2035년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넉 대 중 한 대가 초기 형태의 자율주행차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에 첨단 IT를 적용해 개발한다 해도 운전자 도움 없이 완벽하게 자율주행(레벨5)을 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첨단 IT로 중무장시킨 자율주행차가 시험운행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어도 결국 다양한 주행 상황과 운전자 의지를 모두 반영하는 완벽한 자율주행차 개발은 아직 요원하다.
날로 심해지는 교통 체증을 해소할 수 있는 궁극적인 미래형 자동차는 플라잉 카(Flying Car) 일 것으로 미래학자들은 예상한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최근 몇몇 벤처기업에서 연구개발 중이며 미국 항공 자동차 제조업체 테라푸기어가 만든 ‘트랜지션’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아니라 도로를 달릴 수 있는 비행기 형태에 가깝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비행기와 같은 플라잉 카의 성공적인 개발을 좌우할 핵심 기술은 다름 아닌 고출력 추진체 개발이다.
첨단 제어·정보기술(IT) 및 소프트웨어 기술이 미래 자동차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중요한 기술 분야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 성패를 좌우하는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기존 자동차 기술 극대화와 융합을 통한 동반성장 필요성에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한문식 한국자동차공학회 회장·계명대 교수 sheffhan@km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