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유슬란 "배트맨 처음 만들 땐 할리우드서 조롱받았다"

“새로운 것을 만들 때는 어려움이 따른다. 배트맨을 처음 제작할 때도 그랬다. 만화를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모두가 비웃었다. 그래서 나에게 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결론은 끝까지 하겠다였다.”

마이클 유슬란 "배트맨 처음 만들 땐 할리우드서 조롱받았다"

14일 콘텐츠인사이트 강연자로 나선 마이클 유슬란은 배트맨 시리즈 총괄 제작자다. 지난 1989년 팀 버튼 감독이 만든 배트맨을 시작으로 최근 개봉한 ‘더 다크 나이트 라이즈’까지 배트맨 시리즈는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유슬란은 처음 ‘배트맨’ 제작 당시를 떠올리며 만화는 어린이 전유물로 취급됐다고 전했다.

그가 1979년에 배트맨 영화 판권을 사고도 10년이 지난 뒤 영화로 만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할리우드는 배트맨을 진지하게 만드는 것을 최악의 생각이라고 비웃었다. 수퍼히어로는 어둡게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래된 TV 시리즈로 영화를 만들지도 않았다. 또 만화는 어린이를 위한 것이지 영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유슬란은 팀 버튼 감독과 첫 배트맨을 만들 때 일화도 소개했다. 배트맨 캐릭터로 근육질 남성이 아닌 코미디언 마이클 키튼을 내세운 것에 내심 불안했다. 하지만 팀 버튼은 영화를 가장 현실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배트맨으로 수트를 입기전 브루스 웨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그를 설득했다. 인간적인 상황에 고뇌하는 브루스 웨인은 관객을 영화에 몰입시킨 요소가 됐다.

천재적인 감독과 스탭을 만난 것도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이유로 꼽았다.

그는 팀버튼을 혁명적인 천재라고 말했다. 팀 버튼은 혁신적인 생각으로 그간 보지 못했던 영웅물을 만들었다. 프로듀서 디자이너 앤톤 퍼스트도 배트맨을 훌륭한 영화로 설계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그는 영화 배경이 되는 고담시 모습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제작하면서 만화영화에 대한 기준을 높여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유슬란은 배트맨 같은 영웅은 우리 주변에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자신의 영웅은 어머니와 중학시절 교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머니와 셜리 선생은 저에게 ‘수퍼 히어로’ 였다. 그들은 만화가 배척받던 시절에 만화가 창의력과 어휘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알려주셨다”고 말했다.

1960년대 미국에선 만화를 청소년 범죄 진원지로 여기고 만화를 불태우는 일이 만연했는 데 유슬란의 어머니와 셜리 선생은 달랐다는 얘기다. 덕분에 그는 슈퍼 히어로를 그린 마블과 DC코믹스 만화를 보며 유년을 보낼 수 있었다.

한국과 아시아에서 국경이나 종교, 문화를 넘어 새로운 영웅이 나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슬란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유래한 미국식 영웅은 포화돼 이제 관객에게 곧 지루함을 안겨줄 것”이라며 “인도, 중국, 태국 등 이시아에서 새로운 영웅을 만들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