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민
운동화 제조업체 김 사장. 큰 맘 먹고 연구개발(R&D)에 돈을 쏟아부어 신소재를 개발해 신제품을 출시했다. 그런데 제품 반응 확인차 매장에 갔다가 김 사장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경쟁사도 너나 할 것 없이 비슷한 소재로 만든 제품들을 내 놓은 게 아닌가! 신소재 개발에 들인 돈과 시간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 답답한 김 사장. 그렇다고 트렌드를 무시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오늘의 성공스토리
세계적인 경영 사상가 필립 코틀러는 “마켓 3.0 시대에는 고객에게 보다 완성도 높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와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은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수행하고 있다. 고객들을 제품 개발에 참여시키기도 하고, 다른 업계 회사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경쟁사의 손까지 잡는, ‘경쟁적 협력’(Coopetition)이 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적으로서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서로 협력하는 것이다.
2005년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체 다임러는 경쟁사인 GM, BMW그룹과 손을 잡았다.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다임러는 왜 이들과 협력을 결심한 걸까? 1990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자 자동차 제조사는 기존에 사용하던 내연 기관을 바꾸기 위한 연구에 돌입했다. 그러던 중 다임러는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결국 비슷한 연구에 중복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경쟁사인 GM과 BMW와 힘을 합쳐 공동으로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들은 각 회사 연구 인력을 보내 공동개발센터를 꾸리고, 연료 소모를 줄이는 ‘하이브리드카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은 각 회사 특성에 맞게 재설계하거나 제조방식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프로젝트에 참여한 회사들은 자사에 꼭 필요한 기술을 적은 비용을 들여 개발할 수 있었다.
다임러의 경쟁적 협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0년에는 르노-닛산과 손을 잡고 공동으로 공장을 설립했다. 자동차를 생산하다 보면 서로 다른 회사라고 해도 공통적으로 필요한 부품들이 있는데, 이걸 한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다임러의 메르세데츠 벤츠 C클래스와 르노-닛산의 인피니티 중형 세단에 들어가는 가솔린 엔진은 모두 이곳에서 공동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그 결과 이들은 처음 예상했던 25억유로를 훌쩍 뛰어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글로벌 생활용품 제조업체 P&G도 경쟁적 협력으로 성과를 냈다. P&G는 기저귀를 만들다가 쉽게 찢어지지 않는 비닐을 만드는 신기술인 ‘임프레스’를 개발하게 됐다. 이걸로 음식포장 랩을 만들어 테스트 마켓에 출시해봤더니 반응이 뜨거웠다. 그러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제조시설을 갖춰 제품을 출시하자니,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문제가 있었다. 시장은 이미 경쟁사로 포화 상태였다.
고심 끝에 P&G는 업계의 오랜 경쟁사였던 클로록스(Clorox)와 협력을 결심했다. P&G는 기술을 제공하고, 클로록스는 그들이 가지고 있던 비닐 생산시설과 설비를 제공한 것이다. 이들은 클로록스 소유의 브랜드 ‘글래드(Glad)’를 만들었다. P&G는 브랜드 지분 20%를 갖기로 하고, 제품개발을 위해 자사 연구 인력도 파견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비닐 랩 ‘프레스앤드실’과 쓰레기 봉투 ‘포스플렉스’. 이 제품들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클로록스는 제품 판매이익과 함께 10억달러의 브랜드 가치를 가진 글래드를 얻었다. P&G 역시 사장될 뻔한 기술을 살려 혁신의 주인공이라는 자부심을 살린 건 물론이고 20% 지분으로 큰 투자 없이도 만족할 만한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당신 회사도 끊임없는 경쟁 속, 점점 커져만 가는 투자비용 때문에 고민인가? 다임러와 P&G처럼 경쟁사를 협력 파트너로 삼아보자. 불필요한 비용은 팍팍 줄이며, 두 회사 모두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정리=이수진 IGM 비즈킷 비즈킷컨텐츠제작본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