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개봉한 ‘트론:새로운 시작’은 1982년 개봉작 ‘트론’의 속편이다. 주인공 샘 플린이 아버지 케빈 플린 박사가 창조한 ‘그리드’에 감금된 아버지를 찾아 사이버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 줄거리다.
케빈 플린 박사는 20년 전 종적을 감췄다. 샘 플린은 아버지 연구실에서 컴퓨터를 만지다가 괴상한 힘에 이끌려 그리드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드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제작한 거대한 가상세계다. 등장인물들은 형형색색의 발광 수트를 입고 라이트 디스크, 바톤으로 결투를 벌인다.
1982년 작 트론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에 관객에게 외면받고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트론:새로운 시작’은 더 화려해진 컴퓨터 그래픽과 3D 영상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트론에 등장한 가상현실은 이제 영화의 단골 소재로 자리 잡았다. 대부분 인간이 거대한 가상현실 세계에 갇혀 살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살아간다는 ‘매트릭스’가 대표적이다. 가상현실을 꿈에 이식하는 인셉션과 토탈리콜도 마찬가지다.
가상현실은 특정한 상황이나 환경을 만들어서 사용자가 실제로 그 환경 안에 존재하며 직접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기술이다. 게임,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광고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 분야를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장치를 사용해 실제와 최대한 유사한 느낌을 주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게 기어VR나 오큘러스 리프트 같은 가상현실(VR)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DM)다. HMD는 적외선, 자이로, 지자기 등을 포함한 모션 센터와 광각 렌즈, 디스플레이로 구성된다. 사용자 머리 회전 각도와 속도 등을 수치화해 상하좌우로 고개를 돌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가상현실을 제공한다.
가상현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개념이 바로 증강현실(AR)이다. 증강현실은 현실 세계에 3D 가상정보를 겹쳐서 보여주는 기술이다. 만화 드래곤볼에서 등장하는 ‘스카우터’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스카우터를 쓰면 다른 사람의 전투력과 거리,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차이점은 사용자가 직접 현실 세계를 볼 수 있느냐와 없느냐다. 가상의 세계만 보여주는 가상현실과 달리 증강현실은 실제 세계에 가상정보를 가미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속에서 다양한 증강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도 서비스의 일종인 스트리트 뷰다. 증강현실 앱으로 길거리를 비추면 목적지까지 가는 방향을 가상의 화살표로 제시해준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최근에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접목해 현실성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컴퓨터 게임은 현실과 가상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 고통을 잊기 위해 갈수록 가상 세계에만 몰두하는 청소년도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요구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