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천문우주학계 최대 관심사는 명왕성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우주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가 9년 넘는 항해를 거쳐 명왕성에 다가갔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류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명왕성이 뉴호라이즌스의 근접 탐사로 본모습을 드러냈다.
뉴호라이즌스는 한국시간으로 지난 14일 오후 8시 49분 명왕성에 가장 근접한 약 1만2500㎞ 지점을 통과했다. 이어 9시 3분께 명왕성의 가장 큰 위성 카론에 근접했다.
명왕성에 다가간 뉴호라이즌스는 인류에게 중요한 정보와 사진을 전송했다. 우선 수십년간 학계 논란이 돼 온 명왕성 크기를 밝혀냈다. 명왕성이 지구에서 50억㎞나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크기 측정이 어려웠다.
이번에 뉴호라이즌스가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과학자들이 분석한 결과 명왕성 지름은 약 2370㎞(오차범위 1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까지 명왕성 지름은 2300㎞ 정도로 예측돼 왔는데, 이번에 그보다 조금 더 크다는 것이 밝혀졌다.
명왕성 크기는 행성 지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뉴호라이즌스가 출발하던 2006년 1월에 명왕성은 태양계 아홉 번째 행성이었다. 하지만 그해 8월 왜소행성으로 지위가 격하됐다. 당시 지위 격하에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소행성 ‘에리스(지름 약2400㎞)’보다 작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탐사로 에리스와 크기가 비슷하다는 것이 밝혀져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은 자국 과학자가 발견한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지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호라이즌스의 또 한 가지 중요한 발견은 ‘얼음산’의 존재다. NASA는 명왕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높이 3300m가 넘는 얼음산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얼음산이 형성된 시기를 약 1억년 전으로 추정했다. NASA는 태양계 나이가 45억년임을 감안하면 1억년 전에 형성된 명왕성은 가장 젊은 행성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명왕성 주변을 도는 위성 정보도 다수 발견했다. 명왕성 위성 중 가장 큰 카론에서 절벽, 협곡 등 지질활동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형들을 발견했다. 그동안 모양을 알 수 없었던 다섯 번째 위성 히드라의 모습이 찌그러진 감자와 비슷하다는 것도 알아냈다.
현재 명왕성 관련 정보는 뉴호라이즌스가 확보한 정보 중 극히 일부를 가지고 분석한 것뿐이다. 앞으로 압축하지 않은 고해상도 영상 등을 보내오면 보다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학계에서는 뉴호라이즌스가 보내온 정보를 모두 파악하려면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명왕성에서 점점 멀어지는 뉴호라이즌스는 태양계 끝 쪽으로 탐험을 계속한다. NASA는 얼음과 암석으로 구성된 ‘카이퍼벨트’를 지나 태양계 바깥까지 최대 20년가량 더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