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이동통신업계와 e-SIM카드 논의 본격화

삼성전자, 애플과 이동통신 업계가 차세대 SIM카드 논의를 시작했다. 향후 2~3년 내 이동통신 서비스 간 고객 이동 가능성이 커져 소비자 선택권이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로고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로고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삼성전자·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업계와 차세대 표준 내장형 SIM카드인 ‘e-SIM 카드’ 생산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 보도했다.

SIM카드는 스마트폰,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 등에 쓰인다. 특정 네트워크 서비스를 골라 사용자 정보를 저장한다. 잠금(lock) 기능이 포함돼 지금까지는 이용자가 단말기에서 특정 네트워크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었다. 네트워크 서비스를 바꾸려면 인증 정보를 수정해야 해 SIM카드 자체를 교체해야했다.

GSMA가 추진하는 eSIM카드는 SIM카드에 저장된 인증 정보가 전자화 돼 저장돼 있다. 원격 접속으로 이 정보를 수정할 수 있어 다른 네트워크서비스를 선택하거나 특정 네트워크서비스에 가입, 개통, 해지하는 작업이 이전보다 쉬워진다. 자체 데이터 보안 기능을 내장해 외부 공격을 받더라도 데이터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앤 부베로 GSMA 회장은 “모든 당사자가 ‘공동 아키텍처’에 관한 계약에 뜻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GSMA 측은 “이사회에 속한 대다수 네트워크 서비스 업체가 기술적 아키텍처를 마지막으로 조정할 계획”이라며 “엔드투엔드(end-to-end)인 이 eSIM카드 솔루션 개발이 완료돼 소비자 기기에 본격 적용되는 것은 2016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SIM카드 개발에 열중인 건 비단 이동통신업계만이 아니다. 지난해 애플은 최신 아이패드(iPad)를 발표하며 독자 SIM카드를 내놨다. 물리적으로 SIM카드를 바꿀 필요 없이 여러 통신사 서비스를 번갈아가며 쓸 수 있어 주목됐다. 하지만 미국에선 T-모바일과 AT&T, 영국에선 EE만 이를 지원한다.

애플 SIM카드를 eSIM카드가 대체할 순 없을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내다봤다. GSMA는 “애플과 eSIM카드 사업에 대한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작업 중”이라며 “정식 계약은 아직 논의 중이나 낙관적으로 여긴다”고 답했다. 애플은 답변을 거부했다.

GSMA는 이미 물리적 SIM카드로 기기 변경이 어려운 유틸리티 미터나 신호등, 생활 지원 시스템 등 기계간(M2M)을 연결해 관리할 수 있는 eSIM카드 표준을 만드는 중이다. 앤 부베로 GSMA 회장은 “애플과 삼성이 동의한 사양에 맞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기계에 쓰일 산업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 협력 중이며 소비자 가전용 솔루션에도 동의를 받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앤 부베로 GSMA 회장은 올해 임기가 끝난다. 임기 중 eSIM카드를 도입하는 게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앤 부베로 회장은 “휴대폰이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 정점에 서 있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차세대 5G 모바일 네트워크를 개발하는데 총력을 다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