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이후] 엘리엇 추가 공세 가능성...투기자본 대응시스템 마련해야

삼성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놓고 표 대결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삼성물산 지분 2%를 보유하게 되는 엘리엇이 통합 법인을 상대로 계속해서 경영 간섭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보유 지분이 3%를 넘게 되면 엘리엇 단독으로 임시 주주총회 개최 요구 권한을 갖는다. 공격 대상을 확대해 삼성SDI·삼성화재 등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엘리엇 측은 지난 17일 주주총회 직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reserves all options at its disposal)’고 밝힌 바 있다.

엘리엇이 주총 합병을 무효로 해달라며 본안 소송 제기해 법적 분쟁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1대0.35(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산정된 합병비율 불공정성과 불법성을 내세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자체를 없던 일로 해달라는 소송을 할 수 있다.

엘리엇이 본안 소송 제기와 함께 삼성물산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삼성SDI(7.18%)와 삼성화재(4.65%)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 최근 엘리엇이 삼성SDI와 삼성화재 지분을 각각 1%씩 사들인 것도 사후 대응을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삼성SDI와 삼성화재가 삼성물산 주주로서 불공정한 합병비율에 근거한 제일모직과 합병에 찬성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돌출된 여러 문제를 국내 기업환경 개선 계기로 삼자는 논의도 활발하다. 우선 투기성 외국자본에 취약한 부분의 개선이다. 재계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기존 주주에게 싼값에 주식을 대량 매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적대적 M&A 공격자에는 매수권한을 주지 않도록 해 공격자 지분을 크게 낮추는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 제도 도입을 주장한다. 포이즌필은 방어수단으로 도입비용이 따로 들지 않고 도입만으로도 예방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미국 S&P 500대기업 가운데 3분의 2가 관련 제도를 도입했다.

또 1주 1의결권 원칙 예외를 인정해 미국, 영국, 일본 등 경제선진국과 같이 차등의결권 도입도 필요하다는 제안도 있다. .

미국은 국가가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는 ‘엑슨플로리오법(Exon-Florio)’으로 외국자본 규제가 가능하다. 일본도 2005년 신회사법을 만들어 단원주제도, 신주예약권제도, 다양한 종류주식 도입으로 기업 경영권 방어수단을 대폭 보강했다.

우리 기업의 주주친화 경영 주문도 늘 전망이다. 재벌 대주주 일가 이외에 소액주주, 외국인 주주를 위한 배당 등 주주 친화적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반 기업 정서를 극복하려면 기업이 사회공헌,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