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가 재정위기 원인을 놓고 많은 진단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과도한 복지지출’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다. 물론 ‘과잉복지’로만 보기는 무리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득감소와 실업률 상승, 인구고령화로 사회적 책임증가 등 환경적 변화가 국가 책임성 강화를 필요로 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보장 확대를 선택했지만 결과적으로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영향 즉, 국가 재정 위기를 초래하게 됐다.
사회안전망으로서 견실한 사회보장체계가 필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스 교훈은 정확한 상황진단과 치열한 사회적 고민 없이 정치적 도구로 사회보장체계를 활용하면 국가재정 과도한 지출과 국민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회보장체계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세 가지 기준이 있다. 하나는 국민의 사회보장 요구다. 또 하나는 사회보장 체계 운영 제도다. 마지막 하나는 국가 재원이다. 국민의 사회보장 요구가 무엇이고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운영할 수 있는 국가 재원도 지속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세 요소가 합치됐을 때 지속적 사회보장체계 운영이 가능하다.
세 요소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셋 중 두 가지를 선택(트릴레마)하기 위한 사회적 논쟁이 사회마다 치열하다. 우리도 해당된다.
우리사회도 경기침체 속에서 실업률 증가, 인구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사회적 부양 부담이 증가했다. 소득 양극화 심화 등 사회적 위험에도 노출됐다. 진행 속도도 빠르다. 다양한 사회보장 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보장 제도 외연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 재정 증가는 당연한 결과다. 우리 선택 역시 빠른 속도로 답을 원한다.
해답을 찾기 위해 현상을 객관화하고 정확한 근거에 기반을 둔 논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기심이 팽배한 소모적 논쟁,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적인 수사, 발전 없는 도덕적 해이만 남을 뿐이다.
문제 해법 중 하나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사회보장체계를 지원하는 것이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단순히 대상자 실적만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재정 집행현황, 제도 성과 평가, 사각지대 발굴과 지원 등에 다양하게 쓰인다. 정보시스템 데이터베이스(DB)에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회보장 정책 관련 전망과 정책결정에 과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시회보장 정보시스템에 연간 600억원 예산이 쓰인다. 시스템으로 지난 3년간 복지재정 절감액은 1조2000억원이 넘는다. 과감한 복지전달체계 시스템 투자가 복지축소나 증세 논쟁 해법이 될 수 있다. 정보시스템을 활용해 튼튼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보장 기반이 구축되고 운영될 수 있음을 경험했다.
트릴레마에서 불가피하게 한쪽을 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보시스템을 활용해 현실에서 균형 잡힌 삼각형을 찾아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사회보장 인프라 구축 투자는 많이 이뤄지지 못한다. 예산당국이 눈에 보이는 부정수급, 부당청구 적발만 실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향후 사회보장 선진화를 위해 시설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고무적인 것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등 사회보장 부문 중요 정보시스템을 담당하는 한국보건복지개발원이 이달 1일 ‘사회보장정보원’으로 공고히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튼튼한 사회보장 기반 구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인받았다.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적극적 투자가 이뤄지면 사회보장정보원은 지속가능한 사회보장 첨병 역할을 할 것이다.
형태와 방법은 다르지만 현대 국가가 지향하는 사회는 ‘복지국가’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복지국가가 되기 위해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체계 구축과 운영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체계에는 정답이 없다. 사회적 논의와 합의로 적합한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논쟁을 현명하게 이끌기 위해 자산인 ‘정보시스템’을 지혜롭고 가치있게 활용해야 한다.
원희목 사회보장정보원장 heemokw@ssi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