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산관리 업계가 IT 도입에 눈을 떴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IT를 자사 서비스와 결합하는 경우가 늘었다. ‘디지털 빙하기’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다.
유럽 자산관리 업계가 최근 디지털을 자사 서비스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 보도했다. 그동안 유럽 자산관리 업계는 디지털 시대 대응이 느렸다. 기존 산업 구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쉽사리 IT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알리바바 머니마켓펀드(MMF) 사업부인 중국 자산관리 업체 위어바오 성공은 인식전환을 가져왔다. 위어바오는 업계 실적 부진에도 2년 만에 900억달러 이상 자산을 관리하게 됐다. 위어바오 성공은 IT를 자산관리에 더해 고객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와 연동돼 지급결제, 신용카드 대금 상환, 계좌 이체 등을 할 수 있었다. 알리페이에 돈을 넣어두면 인터넷몰 타오바오에서 상품을 사거나 현지 펀드업체 톈훙펀드 MMF에 투자하는 식이다.

닐 컬햄 알파파이낸셜마켓컨설팅 임원은 “두 가지 속도에서 변화가 일고 있다”며 “빅데이터, 소셜미디어 등에선 매우 빠르게 바뀌고 있고 변혁적 변화에선 보다 느리지만 고객과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우드포드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는 알파파이낸셜 대표적 고객 중 하나다. 이 회사는 IT를 활용해 투자자를 유치하고 운영비를 낮췄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마케팅, 상품 판매를 진행하고 채팅 서비스와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 툴을 제공한다.
닐 컬햄 임원은 “우드포드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은 투명성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한 해 최소 수익률 10%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페이턴트캐피털트러스트의 새로운 사업 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계 로베코자산운용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이 회사는 금융 투자사가 직판 채널을 신규로 추가하고 가동시킬 때 수수료 지급을 금지하는 규제를 최근 해결했다.
이 회사 네덜란드 소매 고객은 모바일 앱을 통해 은행계좌와 연동된 별도 계정을 만들고 자신이 꾸린 위험 프로파일에 맞는 펀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현재 이 앱 사용자 수는 3만8000여명이다. 이는 직판 채널을 이용하는 전체 소매 고객 중 17% 정도다. 단순 거래보다 포트폴리오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앱에 접속하는 경우가 많지만 회사는 이 앱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다수 자산운용사들은 특히 투자 조언 단계에서 IT를 먼저 도입하고 있다. 영국 에버딘에셋매니지먼트는 이 분야 선도주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브로커 업체 찰스스탠리다이렉트 전 대표인 롭 허드슨을 이사회에 영입해 디지털 사업을 맡겼다.
미국에선 투자가 목표와 리스크 프로파일을 알고리즘한 후 포트폴리오에 투자 조언을 하는 온라인 툴인 일명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ers)’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 업체는 자산관리 업체와 고객 간을 중개해 신규 서비스를 창출한다. 미국 웹사이트 베터멘트(Betterment)나 영국 넛멕(Nutmeg)이 대표적이다. 여러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대신 인덱스 추적기나 설문조사를 통해 고객 프로파일에 최적화된 펀드를 추천한다.
온라인 고객 투자 상담업체 보링머니(Boring Money) 창업자이자 업계 전문가인 홀리 맥케이는 “영국 대형 자산관리 업체 대다수는 직판 시장에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모른다”며 “수요는 있지만 누구도 티핑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IT를 통한 직판 시장 활성화는 지금은 우선순위에서 밀리지만 어느 순간 챙겨야할 것 일순위로 떠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