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술과 모바일 기술 혁신으로 우리는 이제 스마트 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물러나고 신인본주의 물결이 밀려들고 있으며 수직계열화를 통한 분화의 시대는 가고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융복합 시대가 열리고 있다.
융복합 시대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협업(collaboration)이다. 협업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같은 종류의 생산 또는 같은 종류의 작업을 여러 사람이 협력하여 공동으로 하는 일’이다. 하지만 융복합 시대에서는 협업의 의미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책임을 맡고 있는 “KAIST 컨버전스 AMP 과정“ 최근 강의에서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은 협업이란 ‘두 개 이상의 객체가 서로 다른 전문성을 수평적으로 연결하여 메가 시너지를 내는 것’ 이라고 하였다. 공감이 가는 적절한 정의이다. 협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나와 남이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한다. 융복합시대를 맞이하여 노자철학이 주목 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노자철학의 진수는 ‘上善若水 :물은 모든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만물을 길러주고 키워주지만 자신의 공을 남과 다투지 않는 이 세상의 으뜸 선이다.’로서 물이 지닌 겸손과 不爭의 철학적 의미가 협업의 토양생성에 잘 부합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양적 성장에 치우친 우리 사회는 “협업 사회”로 나아가지 못하고 나만 살겠다는 이기심을 앞세운 ‘各自圖生 사회’에 머물러 있다. 교육, 복지, 보건과 같은 공공서비스분야에서 조차 정부와 국민들이 서로 불신하여 훨씬 효율적인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효율적인 各自圖生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MERS(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이런 모습이 더욱 극명하게 표출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 정부는 스마트 혁명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창조경제’를 국정목표로 설정하고 이와 관련된 전략과 정책수립에 매진하고 있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은 소프트웨어이다.
정부가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 동안 소프트웨어는 한국경제의 대표주자인 제조업의 강세로 인해 하드웨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했으며 세계적인 경쟁력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부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빠른 시간 안에 갖추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처럼의 기회가 그 동안 우리 사회가 걸어 온 각자도생 식의 실패의 길을 재현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그 동안의 푸대접에 대한 아픈 추억을 되새기며 ‘소프트웨어 시대가 열렸으니 모두 나를 따르라’는 식의 접근보다, 융 복합 시대의 물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낮은 곳으로 임하면서 다른 분야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도와주는 촉매제, 윤활유 역할을 수행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아직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조선, 철강 등의 기존 산업들에게 우리가 도와줄 테니 산업간의 장벽을 허물고 허심탄회하게 만나 소프트웨어산업의 지식기반을 함께 공유하며 수평적으로 연결하여 메가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업의 생태계를 만들어보자고 요청해야 한다.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조선, 철강 등의 기존 산업들도 各自圖生 식 생각을 버리고 문을 활짝 열고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융복합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분명 우리는 창조경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먼저 정부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산업을 관장하는 정부부처간의 장벽을 허물고,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고, 협업을 통해 산업간 진정한 융 복합을 이루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그 동안 어떤 정부도 해결하지 못한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협업이라는 패러다임의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서 포기하지 말고 작은 변화부터라도 시도한다면, 협업의 메가시너지를내는큰역할을수행할수있을것이다.
김영환 KAIST 전산학부 초빙교수 nomad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