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 통신장비업체, 단말 제조사 등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에서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 전파 간섭으로 재난망이 먹통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제히 제기하고 나섰다. 정부는 수차례 검증 결과 700㎒ 내 방송·통신·재난망 간 간섭은 없다고 밝혔지만 더욱 철저한 검증으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이통사와 장비 업체가 지상파 UHD 방송 전파가 재난망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 했다. UHD 방송 출력은 관악산 송신소 시험방송용 출력인 5㎾를 기준으로 했다. 방송 전파가 나오는 지점에서 최소 반경 5㎞, 단말기 단에서는 8㎞까지 재난망이 전파 간섭으로 작동이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경 5㎞는 남산을 기준으로 했을 때 동쪽 한양대와 성수동, 서쪽 마포구, 북쪽 북악산, 남쪽 반포동을 아우른다. 보수적으로 계산한 거리다. 방송사가 출력을 높이면 서울시 전역에서 재난망이 불통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방송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중계소 숫자를 줄이고 출력을 높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통신장비 업체 한 관계자는 “재난망 제안요청서(RFP)에 간섭을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한다면 기술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며 “안전처에서 사전규격이 나오면 이의 제기 기간 동안 문제점을 제시하고 규격 수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 13일 700㎒ 대역에서 이동통신에 40㎒, 지상파 UHD 방송에 30㎒(5개 채널)을 분배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정부는 지상파에 5개 채널을 분배하기 위해 보호대역을 줄이는 고육지책을 마련했다. 방송과 통신, 공공(재난망)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최후의 선택이었다.
학계와 통신업계는 모바일 기기 특성상 보호대역 폭이 2㎒인 하향 대역보다 8㎒인 상향 대역(718~728㎒)에서 간섭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출력이 수㎾에 이르는 UHD 방송 전파가 출력 40W에 불과한 재난망 전파를 불통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한 달 동안 2만개 이상 상황을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며 “보호대역, 전파를 인접한 곳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 필터를 활용하는 방법 등으로 간섭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업계가 각각 시뮬레이션을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오면서 정부의 후속 대책이 더 중요해졌다. 시뮬레이션은 모의실험이기 때문이다. 실제 환경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철저한 검증이 요구되는 이유다. 지속적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전파를 전공한 한 교수는 “재난망 보호대역은 ‘4+1안’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고 정부도 그에 맞는 방안을 이미 마련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해당 보호대역에 따른 간섭 현상 여부가 실제 상황에서 검증된 적이 없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