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단말기 200만대 폐품 전락"...IC단말기 인증제 `잡음`

여전법(여신금융전문업법) 개정안 핵심 사항인 ‘IC단말기 인증제’ 시행을 놓고 시장에 혼란이 일고 있다. IC단말기 전환사업자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협회 간 갈등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21일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는 개정 여전법 준비 부실로 시장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며 IC단말기 인증제로 인해 200만대에 달하는 결제 단말기가 폐품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IC단말기 기술표준이 지난 5월에야 확정되면서 그 전에 개발된 IC단말기는 기술표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7월부터 신규가맹점에 기술표준을 충족한 IC단말기를 깔아야 하는데 표준 자체가 양산이 불가능한 2개월 전에 공표된 것. 이 때문에 이미 양산된 단말기와 프로그램 호환이 불가능한 기존 단말기는 모두 불법제품이 되는 셈이다.

이날 조회기협회는 여신금융협회와 금융위원회에 별도 공문을 보내 현행 IC단말기 인증제도와 관련 개선을 요구했다.

협회 관계자는 “대부분 기종이 기술표준을 충족한 프로그램이 개발돼 있지 않은 상태로 200만개 이상 IC단말기가 용도 폐기될 상황에 놓였다”며 “신형 단말기만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기존 단말기를 밴 대리점과 가맹점에서 모두 떠안아야 할 처지”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여전법 시행일에 맞추다 보니 인증 받은 단말기가 턱없이 부족해 시장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와 주유소, 프랜차이즈 매장 등은 인증 단말기가 거의 없어 POS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감독기관이 빨리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모든 피해는 가맹점 몫이라고 비판했다.

밴 업계도 인증단말기 제도 부실을 질타하고 나섰다.

한 대형 밴사 관계자는 “IC단말기 기술표준도 오락가락해 일부 밴사는 수억원의 개발비만 날린 사례도 있다”며 “2개월 만에 모든 인증 단말기를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단말기 등록 위탁을 맡은 여신금융협회는 “대형 밴사 상당수가 인증을 받았지만 오히려 밴 대리점 등에 제품을 주지 않거나 협회 관할이라며 일을 미루고 있다”며 “단말기 등록제를 악용해 밴사가 충성도 높은 밴 대리점 줄 세우기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반박했다.

인증기관 부실함도 도마에 올랐다.

현재 IC단말기 등록 인증기관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과 한국아이티평가원(KSEL) 두 곳이다. 한 곳도 기술표준이 완성된 후 뒤늦게 합류해 사실상 인증 사업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업무 폭주로 제품 인증 자체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영석 한국조회기협회 사무국장은 “인증기관이 독점 형태로 운영돼 비용 상승과 업무 폭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인증기관을 확대하고 보안인증에 단계를 두는 등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