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학 칼럼] 우리 역사 무엇부터 복원할 것인가?

[박정학 칼럼] 우리 역사 무엇부터 복원할 것인가?

최근 동북아역사재단의 동북아역사지도가 완전히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조선총독부의 주장을 옮겨놓은 것이라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위에서도 공청회를 여러 번 열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나는 이 지도를 만들고 이를 미 의회조사국에 보낸 사람들의 정신자세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명색이 대학교수나 역사학을 전공한 박사로서 그 지도를 국내도 아닌 세계에 알리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무슨 배경이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아무래도 비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6월 8일 국회 학술세미나에서 ‘막가파식 매국행위’라는 이름을 붙여 발표했었다.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근거가 되는 사료를 확인하기도 어렵지 않는데, 학문적 절차를 아는 사람들이 왜 그런 행위를 하느냐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올바른 연구를 하면 중국이나 일본과 외교적으로 충돌이 생기므로 ‘외교부 공무원이 사무총장으로 있는 동북아역사재단의 목표 ‘역사화해’를 위해 일본이나 중국의 정치적 목적을 가진 주장에 동조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실 상황이다. 이들에게 그들이 주장하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1차 사료, 2차 사료들을 제시하면서 구체적으로 지적을 하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다. 눈도 깜짝하지 않고 무시해버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배우지 못했다고 해도 확인은 할 수 있는 그 내용을 모를 수는 없다. 그들의 목적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구체적인 역사를 복원하기 전에 먼저 역사가 무엇인지, 왜 역사를 찾으려고 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얼이 빠져버린, 그래서 그들이 가르친 많은 국민들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겨레의 얼’을 먼저 복원하여야 한다. 얼이 빠진 비주체적인 역사의식을 가지고서는 ‘6.25 사변 직후 세계 최빈국에서 반세기 만에 10대 경제대국이 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민족의 저력이 담긴 역사를 복원해지지 못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20세기에 들어오자마자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35년 간 민족과 민족혼을 말살당하는 식민통치를 받으며 우리 겨레를 일본인으로 만들려는 교육을 받았으며, 그런 목적으로 만든 역사 교육은 광복 70년이 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광복 후 얼마 되지 않아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사변을 겪으면서 국토와 나라가 더 이상 피폐해질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세계 최빈국의 상황에서 유엔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로부터 원조를 받아 복구를 시작했으며, 그 잔재인 이념투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조선총독부와 그 계승자들의 이런 노력과 전란을 극복하고 1988년에 올림픽, 2002년에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2005년에는 국민총생산(GDP)이 세계 10위에 들었으며, 2010년에는 OECD의 G20 정상회의를 서울로 유치하였다. 이처럼 일본이나 그 추종세력들이 어쩔 수 없는, 우리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고 있었던 저력을 가진 민족이다. 20세기에 보여준 이런 겨레의 저력은 긴 역사 속에서 형성된 겨레의 얼에 그 바탕이 있다. 그러니 과거에 그런 영광된 시기가 있었을 것이며, 그 저력은 우리가 알고 끄집어 낼 때 더 크게 힘을 발휘한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 앞으로 더 크게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그런 사명을 가지는 것이 역사이식이다. 그러기 위해 역사를 바르게 복원하고, 가르치고, 배우려는 것이다.

사람은 몸(육체)과 마음(정신, 감성, 영성)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고, 이 둘을 연결시켜서 생명활동을 하게 하는 ‘풀’이라는 에너지가 있다. 2002 월드컵 때 세계인을 놀라게 하고 하나의 세계적 흐름으로 만든 거리 응원의 ‘하나되는 신바람’ 에너지, 그리고 FTA의 무한경쟁 원리 때문에 1% 대 99%라는 극단적 양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2008년 금융대란 이후 유럽의 여러 나라가 부도의 위기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우리의 이런 신바람 기질은 한류가 되어 세계인을 열광케 하고 실의에서 빠져 나오는 힘이 되고 있다. 나는 그 한류의 뿌리가 겨레 얼이며, 겨레 얼은 경쟁과 투쟁이 아닌 ‘어울림’이라는 민족정신과 신바람에너지가 합쳐진 것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저력이 나오는 샘이라고 본다. 따라서 우리 역사는 그것을 담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 역사에서 이런 내용을 배우지 못했다. 없어서가 아니라 교과서를 만들고 역사를 가르친 사람들이 그것을 볼 수 있는 역사철학과 보려는 의지(사관)가 없으니 보지 못했을 뿐이다. 조선총독부와 중국 동북공정의 주장을 따라서 고대조선을 ‘신화’로 만들어놓고, 북쪽은 중국, 남쪽은 일본의 식민지로써 우리 민족이 출발했으며 민족의 활동범위도 한반도로 줄여서 세계에 알리고 있는 제도권 역사학자들은 겨레 얼이 빠져 있으니 우리 겨레의 역사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외형적 사실(史實)뿐 아니라 밑바닥에 약동하는 겨레의 저력이 포함된 심층의 역사로 복원되어야 한다. 우리 겨레의 저력이 포함된 역사는 많다. 지금의 교과서나 역사학에는 없는 민족 신화인 창세신화에 그 원형이 있고, 홍익인간이라고 하는 민족정신이 있으며, 옛날 영고, 동맹 등 나라에서 해마다 1~2회씩 거행해온 제천행사와 역사 속의 수많은 우리 겨레 고유 제도와 생활 문화 속에 살아 있다. 세계 보편역사법칙을 수용하면서 우리 겨레의 몸과 마음과 풀이 담긴 역사, 특히 민족의 저력을 스스로 깨치게 하는 역사로 복원하는 것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필자소개/박정학

(사)한배달 창립 후 치우학회를 창립하고 국사찾기협의회 운영위원장과 우리역사복원연대 대표로 재직 중이다. 한민족의 형성과 얼에 대한 연구 등 단군과 홍익인간에 대한 역사 연구를 통해 민족의역사와 문화, 그 뿌리인 정신을 연구하고 바로세우는 운동을 30년간 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