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74> 저성과자 해고

정부가 하반기에 노동개혁을 하겠다고 한다. 노동개혁은 저성과자 해고와 임금 피크제가 핵심이다. 노동시장 경직성 때문에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저성과자는 당연히 해고할 수 있어야 한다. 오너나 사장이 기분 내키는 대로 직원을 해고해서는 안 되겠지만 적어도 객관적인 자료로 저성과자라고 한다면 내보낼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저성과자가 조금 젊다면 어쩌면 이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새로운 도전과 기회가 될 수 있다. 자기와 맞지 않고 즐겁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은 본인이나 회사를 위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기업이 왜 직원을 고용하고 월급을 주는가? 적어도 월급 값 이상 부가가치를 회사에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왜 회사가 직원에게 계속 월급을 주고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가?

벌써부터 노조는 난리다. 당연히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노조 존재 이유가 뭐겠는가? 저 성과자 해고 문제를 가지고 노조와 얘기해 보면 이들의 논리도 한편으로는 일리가 있다. 노조에서는 이들이 대부분 성실하게 근무했던 사람들이고 회사가 시키는 대로 했고 이들의 저성과는 회사가 이들에게 적성에 맞는 분야 일을 시키지 않았고 제대로 된 교육훈련 기회도 주지 않았고 이들을 관리할 관리자가 상당 기간 무성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성과 측정이 공정했냐? 목표는 적정했냐? 목표 잡을 때 근로자와 합의했냐? 저성과 기미가 보일 때 관리자는 어떻게 지원해 줬냐? 30년 다니는 직장에서 3, 4년 나쁘다고 저성과자로 낙인찍을 수 있느냐? 집안에 아픈 사람 있어서 성과가 낮은 것을 가지고 인간적으로 너무 하지 않느냐? 경기가 이렇게 안 좋은데 성과 좋을 수 있느냐? 성과는 조직이 내는 것이지 개인이 혼자서 낼 수 있는가? 당신이 직접 해봐라, 저 사람보다 더 잘할 자신 있냐? 오너 아들은 정말 성과가 좋아서 마구 승진하냐? 등등.

저성과자나 노조가 따지고 들면 사실 회사도 딱히 당당할 처지는 아니다.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이 처음부터 철저한 직무 분석과 적성에 따른 인사배치, 엄정한 성과관리, 지속적인 교육훈련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너가 있는 기업에서도 사장, 임원이 수시로 바뀌고 자기들의 보장 받은 임기도 잘 안 지켜지는 상황에서 과연 5년 뒤 10년 뒤에 성과가 나타나는 인사제도 정비와 교육훈련에 얼마나 힘을 쓰겠는가?

또 임원이나 관리자들도 인사관리, 성과관리, 목표관리에 제대로 훈련이 돼 있지 않다. 그저 상사와 팀원의 좋은 인간관계만 유지하려고 하고 팀워크에만 신경 쓰지, 직원 잠재력을 개발하고 숨어 있는 열정을 극대화시키려는 노력을 안 하고 있다. 튀는 직원을 누르는 데는 익숙해도 조용한 직원을 흔들어 깨우는 데에는 매우 취약하다. 결과적으로 신입사원을 전문가보다는 모범적인 평범한 월급쟁이로 양성하게 되고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저성과자군에 포함될 확률이 높아진다. 회사에서 기대 수준은 높은데 본인이 그 기대 수준을 맞추기에 벅차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임원으로 진급하지 않겠다고 하는 고참 부장도 많아졌다고 들었다. 20년 된 저성과 임원은 1년 만에도 회사에서 잘릴 수 있는데 25년 된 고참 부장은 나 잡아먹어라 하고 정년까지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좀 허무한 것은 인사관리, 성과관리, 목표관리를 들먹이지 않아도 회사 내에서 저성과자가 누구인지 적어도 같은 부서 직원들은 다 안다. 노조 대의원도 잘 알고 있다. 누가 대책 없이 회사 밥을 축내는지 다 알고 있다. 다 알면서도 언젠가 그 불똥이 자기에게도 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언젠가 자기도 그 부류에 속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늙으나 젊으나, 일 잘하나 잘 못하나, 서로를 감싸 안으면서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고 버티는 것이다. 이건 옳지 않다. 회사는 복지 재단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노사정의 통 큰 대타협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의 대타협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아마도 임금피크제는 여러 조건을 붙여서 받아들일 것이지만 저성과자 해고 문제는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노조가 아무리 저성과자라고 해도 해고를 동의해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에 임금피크제는 일부 나이든 직원 중에 오히려 원하는 사람도 있다. 좀 적게 받고 오래 근무하는 것이 속 편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면 회사에서도 따로 구분해 놓고 정년퇴직을 기다리기 때문에 지내기는 편하다. 그래서 섣부른 예단이기는 하지만 노조 입장에서는 임금피크제는 못 이긴 척 받고 저성과자 해고는 기를 쓰고 반대하고 만약 여기저기서 타협하라는 압력이 들어오면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서 무늬만 저성과자 해고라고 하고 실제로는 해고가 거의 불가능한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에서 노동 개혁은 꼭 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저성과자 해고는 꼭 해야 한다. 그래서 회사는 직원이 월급 값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일을 시켜야 하고, 직원은 자기 몸값을 올리기 위해 자기의 모든 잠재력과 열정을 자기 업무와 자기 계발에 쏟아부어야 한다. 그래서 성과 평가를 할 때 관리자와 직원이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이 치열하게 성과 공방을 벌여야 한다. 프로들은 그렇게 연봉 협상을 한다. 그래야 우리 회사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 나갈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노동집약에서 기술집약으로 바뀌었다. 조선, 자동차, 건설, 서비스와 같이 인건비 싸움을 해야 하는 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다. 내가 보기에는 노동개혁 시기가 좀 나쁘다. 노동 개혁은 경기가 좋을 때 미리미리 해야 한다. 불경기 때의 고용 개혁은 서로 죽기 살기로 붙기 때문에 통 큰 타협이 되기 어렵다. 그래서 어려울 때일수록 협상 목표를 단순하게 가져가야 한다. 저성과자 해고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