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진정한 대응책 급한 ‘국정원 해킹 의혹’

“혹시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지키기위원회에서 보낸 보도자료를 볼 수 없을까요.”

지난 24일 오후 IT보안업계 관계자가 기자에게 문의한 말이다. 같은 날 오전 11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지키기위원회 위원장이 국정원 해킹 의혹과 관련해 국내 IT보안 기업에 백신 프로그램 개발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다. 안 위원장은 IT보안업체 10곳에 △기술분석 리포트 △전용백신 프로그램 등 점검 툴 △국내에서 수집한 샘플 정보의 세 가지 사항을 구체적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기자수첩]진정한 대응책 급한 ‘국정원 해킹 의혹’

하지만 백신 기업은 위원회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기자에게 어떤 내용을 조치해야 하는지 물었다. 보도자료에 나온 내용이라도 조치해보겠다며 문서를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보여주기 식 선언에만 급급한 정치권의 민낯이다.

안철수 의원실에 관련 자료를 문의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당 차원 일로 의원실은 관여하지 않는다”며 당 공보실로 바통을 넘겼다. 새정치민주연합 공보실에 IT기업에 어떤 요청을 했냐고 질의했다. 공보실은 기업에 공문 같은 건 보내지 않는다며 보도자료만 뿌린다고 답했다.

이런 전화를 하고 있는 사이 기자에게 보도자료를 문의했던 A기업 담당자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공문을 배송 중이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기자가 취재를 시작하니 그제서야 조치한 것이다.

위원회에 10개 보안 업체가 어디인지를 문의했다. 위원회 직원은 담당자가 아니라며 전화를 다른 직원에게 넘겼고 그 직원 역시 본인 직무가 아니라며 답하지 않았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백신 기업은 오후 4시 40분(현재)에도 위원회 연락을 받지 못했다.

이탈리아 해킹팀 사건은 국정원이 고객이었던 것이 드러나며 정치 싸움으로 확산됐다. 정확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오해와 의혹은 계속 증폭된다. 정치권은 아니면 말고 식 의혹만 제기한다. 국민은 불안하다. 지금은 정치 쇼가 아니라 진정한 대응책을 내놔야 할 때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