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하순 외신들은 짤막한 인사 동정 기사를 실었다. 3월 은퇴한 NFL 라인베커 ‘패트릭 윌리스’가 실리콘밸리 소재 신생 스토리지 기업 오픈소스 스토리지로 이직한다는 소식이었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스포츠 산업을 공략하기 위해 패트릭 윌리스를 전략 파트너십 부사장(EVP)로 영입했다”는 것이 이 회사 창업자이자 CEO인 에렌 니아치(Eren Niazi)의 설명이다.
이 짤막한 기사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스토리지 업계의 VIP로 급부상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물론 데이터 폭증은 미디어 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보험 등 금융사, 영상 감시, 오일 및 가스 등 에너지 산업, 다양한 단말기 등 데이터 팽창은 여러 산업과 환경 변화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산업의 데이터 피크는 미디어 산업의 그것과 비교하면 완만한 편이다.
미디어 산업, 특히 영상 관련 산업은 급격한 워크플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풀HD를 넘어 4K(3840×2160) UHD, 나아가 8K(7680×4320)로 발전하고 있는 영상 포맷, IPTV와 브로드밴드 서비스, 손바닥 만한 모바일 기기부터 수십인치 거대 스크린의 TV 등 다양한 단말기에서의 영상 동시 재생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수익 다변화의 기회로 삼기 위해선 제작된 영상의 재편집 및 용도 변경 후 재사용 확대, 글로벌 제작 및 편집 협업 환경이 요구된다. 게다가 전통적인 방송 미디어 기업 외에 영상 미디어의 제작 및 배포 주체가 다변화되면서 오늘날 영상 산업의 트렌드는 기반 미디어 스토리지 시스템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스케일아웃 스토리지가 영상 미디어 산업을 융단폭격하고 있는 이유다.

미디어 업계, 웹 수준의 스토리지 확장성 필요
미국 IT 전문 미디어 eWEEK닷컴은 “오늘날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웹 수준의 미디어 스토리지 확장성을 요구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UHD로의 영상 미디어 기술 발전과 영상 재생 단말기의 다변화로 다양한 포맷과 다양한 사이즈의 콘텐트들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는 비정형 파일 데이터들을 엄청난 속도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IDC는 2017년에는 2013년 대비 4배 이상 많은 미디어 콘텐트가 생성될 것이며 전체 용량의 80%가 비정형 데이터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상 홍수 시대인 현재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콘텐트 제작자들은 유례없이 풍성한 첨단 디지털 장비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게 됐다. 4K UHD 고품질 영상 포맷의 확산, 다중 앵글에서 촬영 가능한 영상 카메라, 고성능 편집 시스템 등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면서 보급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모여 머릿속 구상을 한계 없이 표현해내는 자유와 비즈니스 기회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지난 4월 13일부터 4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NAB 2015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출품 영상 제작/편집/송출 장비들은 4K UHD 영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스토리지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고해상도와 높은 프레임레이트, 다중 카메라 등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비용 효과적이면서도 고성능 스토리지에 대한 요구에 초점을 맞춘 제품들이 나왔다.
퀀텀은 ‘아티코’ 인텔리전스 NAS 아카이브 어플라이언스를 선보였다. 저렴하고 유연한 미디어 아카이브용 스케일아웃 NAS 시스템을 원하는 방송 및 영상편집 기업들을 겨냥한 제품이다. 퀀텀 스토어넥스트 5 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둔 제품으로, 스토어넥스트 스토리지 매니저를 이용해 적절한 콘텐트를 적절한 곳에 적시 배치하여 스토리지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TCO를 절감할 수 있다.
신생기업 쿠물로(Qumulo)는 실시간 분석과 플래시 드라이브(SSD) 우선 정책(Flash-first)의 하이브리드 스토리지를 소개했다. 쿠물로는 EMC가 인수한 아이실론의 원년 멤버들이 만든 회사로, NAB 2015에 소개된 ‘쿠물로 Q 시리즈’ 어플라이언스는 4U 스토리지 하드웨어에서 노드 당 2.6TB의 SSD 및 208TB HDD를 제공하며 최소 4노드 클러스터, 즉 832TB 스토리지가 제공된다. 자주 액세스되는 데이터는 SSD에, 그렇지 않은 데이터는 HDD에 저장하고 실시간 분석 소프트웨어는 데이터 상태를 용이하게 보여줘 효과적인 큐레이션과 관리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설명이다.
포브스 온라인은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디지털 스토리지 기술의 주요 동인”으로 “콘텐트 생성, 영상 편집, 콘텐트 딜리버리 및 아카이빙 등 이 산업의 스토리지 니즈를 겨냥한 디지털 스토리지 기술들이 NAB 2015에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스포츠 네트워크, 종교단체 등 영상 제작 주체 다변화
영상 제작 주체의 다변화도 미디어 스토리지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이젠 디지털 콘텐트 제작이 전통적 미디어 산업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다. 방송사와 프로덕션, 모션 픽처 스튜디오, 영상편집 스튜디오 등 전통적 미디어 산업의 경계를 넘어, 대학에서는 온라인 교육용으로 영상을 제작하며 종교단체는 예배와 선교를 위해 영상을 제작하고 오디오/비디오 팟캐스트를 제작한다.
기업은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용으로 방송을 제작하고 있으며 MLB 네트워크, UFC 등 스포츠 산업에선 트레이닝과 프로모션 등에 영상을 제작, 사용하고 있다. 비용 효율적인 콘텐트 제작 기기(디지털 카메라)의 보급과 사용자 친화적인 소프트웨어(편집, 신디케이션, 배포)가 이러한 트렌드를 가능케 한 핵심 요인이다.
하지만 그 대가도 치러야 한다. 영상 제작과 편집, 배포를 지원하는 스토리지 시스템의 변화가 그 중 핵심이다. 데이터 폭증의 주범은 블록 기반 데이터가 아닌, 파일 기반 비정형 데이터라는 것이 일찌감치 예견되어 왔지만 영상 미디어 산업은 여타 산업보다 극심한 비정형 데이터 증가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용량 UHD, 동시다발적 트랜스코딩과 편집, 스토리지는 힘겹다
4K UHD 영상 포맷의 등장으로 시청자들은 더욱 선명한 이미지, 보다 폭넓은 컬러 스펙트럼, 영화관 품질의 영상을 볼 수 있게 됐지만 4K UHD 영상 포맷의 높은 프레임레이트, 많은 오디오 채널은 콘텐트의 파일 사이즈를 늘리는 주범이다. 게다가 수익 창출을 위해선 다양한 플랫폼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디지털 콘텐트의 트랜스코딩이 필요하다.
또한 24×7 뉴스 송출과 실시간 스트리밍 비디오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넷플릭스, 아마존 등은 4K UHD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직은 UHD 기반 영상이 많지 않지만 올 연말이면 UHD 스트리밍 서비스에 다수의 영상 미디어는 물론 서비스 업체들이 합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IPTV를 포함해 인터넷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통해 영상을 시청하는 환경이 보편화됐다.
이처럼 새로운 영상 포맷과 배포 방식은 여러 종류의 새 미디어 포맷을 낳으며 이들은 인코딩되고 유지되기 위한 각각의 파일들을 또 요구한다. 편집자들은 콘텐트를 다양한 용도로 재편집, 재사용하며 편집 후 신속히 재배포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퀀텀코리아 관계자는 “비정형 데이터의 폭증은 방송 영상 산업에서 두드러지는데 자료 데이터를 획득하는 경로도 다채롭기 때문에 이전과 같이 데이터 유형에 따라 저장하는 방식은 사일로식 접근을 낳는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데이터 증가에 따른 스토리지 증설량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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