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조정권고안을 놓고 회사 측과 노동자 가족 측이 상반된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조정권고안 주요 내용 대부분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 이를 조율하는 과정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종 합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업계 “천문학적 보상 비용 부담될 듯”
삼성전자는 조정위원회가 △보상 대상자 범위 △반도체·LCD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 정보 공개를 권고한 것에 난처해하는 입장이다.
조정위는 백혈병, 림프종 등 총 12개 질환에 대해 반도체 산업 종사자와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볼만한 개연성이 있고 의심되는 범주로 봤다. 종사자가 재직 기간 중 출생하거나 퇴직 후 1년 이내 출생한 자녀까지 보상 대상에 포함했다. 선천성 기형과 소아암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반도체업계는 차세대 질환까지 포함하면 실제 보상 금액은 천문학적 수준에 달할 것이라며 난감해했다. 해외서 인과 결과가 입증된 사례 외에 단순 가능성까지 포함하면 실제 보상 금액은 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 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영업비밀 유출 가능성도 우려됐다. 조정위가 영업비밀 관리를 위해 별도 규정을 만들 것을 권고했지만 외부인이 핵심 정보에 접근하는 만큼 정보 관리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피해 보상 범주가 폭넓다는 점에서 현재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앞으로 근무할 직원이 지나친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업계에서는 우려했다. 일반 대기보다 방사능이나 유해물질 노출 수준 등을 더 낮은 수치로 관리하는데도 이번 조정안을 그대로 수용하면 위험 가능성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반올림 “삼성 조정권고안 적극 받아들여야”
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는 조정권고안에 전반적으로 환영 입장을 밝혔다. 보상액 수준이 실제 노동자 치료와 생계 유지에 충분한지 검토가 필요하지만 삼성전자가 난색을 표했던 부분을 완화해 담았다고 분석했다.
반올림은 조정위가 기부 형태를 권고한 것은 삼성전자 책임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신설하는 공익법인을 거쳐 지속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주고 독립적으로 대책을 수행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가 우려를 나타낸 화학물질 정보 공개도 문제없다고 분석했다. 외부에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게 아니라 공익법인이 영업 비밀을 유지하기 위한 규정과 절차를 마련하는 만큼 삼성과 재계 주장을 반영했다고 해석했다.
반올림은 삼성이 이번 조정권고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반올림 측은 “피해 노동자 가족 고통을 하루 속히 해결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해온 만큼 조정위원회 권고안을 큰 틀에서 수용하고 모든 과정이 무위로 돌아가지 않도록 노력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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