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VC업체 GSR벤처스(GSR Ventures)가 세계 기술기업 자산 인수를 위해 50억달러(5조8625억원) 규모 펀드 조성에 나선다. 이 펀드는 중국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기술, 인터넷, 생명공학(BT) 산업군에 속한 글로벌 업체 인수에 쓰일 예정이다.
GSR벤처스는 2004년 중국 IT기업가들이 세운 업체다. 지난 3월 미국 VC 업체 오크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와 함께 발광다이오드(LED) 부품 및 자동차 부품 사업을 영위하던 필립스 자회사 루미레즈 지분 80%를 28억달러(3조2830억원)에 사들였다.
GSR벤처스는 최근 중국 업체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 이 업체들은 중국이 수입해오던 기술을 해외 업체로부터 사들이라는 베이징 정책 당국 요청에 힘입어 GSR벤처스에 기금을 지원했다. 베이징 당국이 원하는 기술은 반도체, 첨단자동차 기술 등으로 중국이 완성품 기준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영역이다.
최근 이 같은 중국 정부 야망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중국 국영 업체 칭화유니그룹이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230억달러(26조9675억원)를 제시하며 인수 의사를 밝힌 게 대표적이다. 칭화유니그룹은 현재 미국 당국의 보안 우려 탓에 마이크론과 인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GSR벤처스 펀드 조성이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미국, 유럽 IT기업에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유럽기업은 중국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사를 찾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휴렛팩커드(HP)가 지난 5월 중국 네트워킹 사업 H3C 지분 51%를 칭화유니그룹에 23억달러(약 2조6968억원)에 판 것도 같은 맥락이다. HP는 당시 중국 시장에서 H3C가 외국 회사가 아닌 중국 회사로 비쳐야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고 WSJ은 전했다.
해외 기업들은 중국 현지 IT기업보다 사모펀드 업체나 벤처캐피털 투자가와 손잡기를 선호한다. 사모펀드사, 벤처투자사는 국제적 경험이 많은데다 재정적으로 잘 알기 때문이다.
GSR벤처스는 이에 앞서 중국의 대표적인 택시 예약 서비스 업체 디디콰이디(Didi Kuaidi)와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 어러머(Ele.me)에 투자했다. 현재 운용 자산 규모는 10억달러(1조1725억원)가량이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태양전지 제조사 등이 투자처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