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결제 단말기 대란..."중국집·치킨집 피해 속출"

#휴가철에 맞춰 닭발집 개점을 준비한 서울 소재 A가맹점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법이 바뀌어 IC거래 기반 POS 단말기를 구축해야 하는데 오픈 전날까지도 밴(VAN) 대리점으로부터 결제 단말기 공급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가맹점은 카드체크기로만 결제 승인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배달이 전체 매출 90%를 차지하는 한 중국집은 휴대폰에 연결해 쓰는 일명 스와이프 단말기와 무선체크기를 공급받지 못해 여전히 기존 MS단말기를 사용 중이다. 밴 대리점에 구매요청을 했지만 제품 자체가 없다는 답변뿐이다.

정부가 IC결제 우선승인제를 도입했지만 현장 일선에서 IC단말기를 납품 받지 못한 가맹점이 속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금융당국은 신규 가맹점에 IC결제 단말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MS거래는 중단하는 내용의 여전법 시행령을 발효했다. 하지만 가맹점에 이미 보급이 이뤄져야 할 IC결제 단말기가 턱없이 부족해 아예 신규 개점을 미루거나 POS 단말기를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 밴 대리점 사장은 “신규등록사업장의 단말기 POS와 설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제 신규 개점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출고되는 POS와 단말기 연동도 프로그램 고도화 작업 등이 필요해 9월께나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제 프로그램도 IC결제로 전환되면서 오류가 나는 등 결함도 발견된다. 한 식당은 POS 단말기에서 승인 오류가 계속 나면서 현금으로만 결제를 하는 상황이 발생해 고객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법 개정에 맞춰 IC단말기 보안표준 확정 등이 뒤늦게 결론나면서 제품 양산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IC결제 우선승인제를 도입했지만 현장 일선에서 IC단말기를 납품 받지 못한 가맹점이 속출하면서 혼란을 빚고 있다. 사진은 한국정보통신이 내놓은 판매시점관리단말기 전용 ‘IC리더기. IC카드와 기존 마그네틱방식 카드결제를 동시에 지원한다. 사진=전자신문DB
정부가 IC결제 우선승인제를 도입했지만 현장 일선에서 IC단말기를 납품 받지 못한 가맹점이 속출하면서 혼란을 빚고 있다. 사진은 한국정보통신이 내놓은 판매시점관리단말기 전용 ‘IC리더기. IC카드와 기존 마그네틱방식 카드결제를 동시에 지원한다. 사진=전자신문DB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 밴사는 제품과 모델 등 선택 여부없이 오직 용지별 한 가지 모델만 제한적으로 대리점에 공급하고 있어 가맹점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한 대형 밴사 관계자는 “일부 제품에 한해 인증을 받았지만 인증 과부하가 걸려 제품 납품이 이뤄지기까지는 일정 기간이 지나야 한다”며 “밴대리점은 물론이고 가맹점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여신금융협회는 국세청으로부터 연매출 2억원 미만 영세가맹점 명단을 받아 단말기 교체 대상 가맹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이들 영세가맹점 명단을 중심으로 각 가맹점 단말기를 운영 중인 밴사로부터 IC와 MS결제가 모두 가능한 영세가맹점인지, 아니면 MS방식으로만 거래가 되는 가맹점인지를 파악하고 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