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자동차 SW 생태계 육성 급하다

[자동차칼럼]자동차 SW 생태계 육성 급하다

“미래 자동차는 가솔린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달린다”는 디터 제체 다임러그룹 회장의 유명한 말처럼 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 기술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미래 자동차가 스마트카, 커넥티드카로 자율주행차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자동차 소프트웨어 기술은 더욱 복잡다단해짐과 동시에 심화되고 있다. 정부 19대 미래성장동력으로 중점 육성되고 있는 스마트카 산업에서 성공하려면 자동차 소프트웨어 기술 육성이 필수다.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국제적 위상에 비하면 자동차 소프트웨어 기술은 상당히 낙후돼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반도체와 전장 시스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이유도 자동차 소프트웨어 기술 열세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세계적 정보기술(IT)을 활용하면 자동차 IT나 소프트웨어도 잘할 수 있다는 기대는 자동차 기술 이해 부족에서 오는 성급한 판단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소프트웨어 기술발전을 위해서는 일반론적인 육성 전략이 아니라 정확한 자동차 기술 이해에 기반을 둔 특화된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

자동차 소프트웨어는 스마트폰과 같이 제품 내에 탑재되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라는 면에서 일반 패키지 소프트웨어와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즉,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해당 제품 제어 논리의 완벽한 이해가 필수다. 자동차 소프트웨어가 어려운 이유는 아직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소프트웨어 기술 자체 이전에 자동차 제어논리의 완벽한 알고리즘과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 자동차 사용 환경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한 데 기인한다. 안전 문제로 100만분의 1의 오류도 허용되지 않은 자동차 특유의 요구사항도 우리 자체기술 개발 및 적용을 주저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자동차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독일을 중심으로 장기간 축적된 자동차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파워트레인, 보디, 섀시, 인포테인먼트 등 자동차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아키텍처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확대하고 오토사(AUTOSAR), ISO 26262 등 표준화 활동도 주도하고 있어 소프트웨어 기술 격차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카 산업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에 중요한 자동차 및 부품 산업 전체의 생존 및 발전을 위해서도 자동차 소프트웨어 역량 선진화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 자동차 소프트웨어 산업 생태계 육성이 중요하다. 특히 완성차회사, 부품회사, 기술전문회사, 대학 및 국책연구소가 협업하는 세계 최고의 연구개발(R&D) 생태계를 육성해 온 독일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 산학연관 협업을 기반으로 한 자동차 소프트웨어 산업 생태계 종합 발전전략이 시급한 시점이다. 자동차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생태계 각개약진이 아니라 산학연 생태계가 협업하는 R&D 클러스터 구축 및 협력개발 체제가 필수다. 생태계 정점에 있는 완성차 기업과 정부 지원으로 선진국 대비 턱없이 부족한 소프트웨어 분야별 기술전문회사 육성, 대학과 국책연구소 내 특화센터 구축 등 기술기반 강화도 시급하다.

둘째로, 기술선도국 생태계와 다양한 형태의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민관이 협력해 자동차 소프트웨어 기술 국제 표준화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필수고, 우리 완성차 및 부품 기업의 유럽 등 해외 연구소 확충, 자동차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및 기관과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 등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 부족한 인력양성, R&D 지원 등 정부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인력 부족 현상은 자동차는 물론이고 전 산업의 IT 융합 추세를 감안해 국가적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자동차 산업이 대기업 중심 산업이라는 편향된 인식에 따른 정부 R&D 예산 삭감으로 중소중견기업 자동차 소프트웨어 R&D가 위축되고 있는 현실이다. 시급한 산업생태계 육성을 위해서도 정부 R&D 확대가 중요하다. 창조경제 대표 산업이고 우리나라 핵심 미래 성장동력인 스마트카 산업 성공을 위한 산학연관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주영섭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산학협력위원장 ysjo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