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투자 늘리는 일본... 첫 투자로 필리핀 결정

일본 ODA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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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중국 견제를 위해 아시아 지역 투자를 늘리고 있다. 첫 투자 대상은 필리핀으로 향후 5년간 1100억달러(약 128조원)를 투입한다.

닛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필리핀 수도 마닐라 철도 정비 사업에 2400억엔(약 2조3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28일 전했다. 공적개발원조(ODA)로 단일 최대 규모다.

필리핀은 아시아 투자 확대 신호탄이다. 일본은 오는 2020년까지 5년간 1100억달러를 아시아에 투자할 방침이다. 지난 5년간 투자액수보다 30%가량 늘린다.

일본이 아시아 지역 투자를 키우는 이유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급증하는 아시아 인프라 정비 자금 수요에 맞춰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운영을 시작한다. 일본은 중국 주도로 경제권이 넓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아시아 신흥국에서는 연간 8000억달러(약 930조원) 규모 인프라 수요가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일본은 필리핀을 시작으로 태국, 베트남, 미얀마 등 철도 정비 사업에 자금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지원 전략도 재검토한다. 지금까지 해외 인프라 정비 지원 심사가 까다롭다는 지적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시간도 단축하기로 했다. 지원 방법도 기존 일정 기간별로 나눠서 투자하는 것이 아닌 한번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필리핀 투자금은 국영철도 정비 중 마닐라 북쪽 연장 노선에 사용될 계획이다. 마닐라와 마로로스를 잇는 약 40㎞에 필요한 총사업비 3000억엔(약 2조8000원) 중 80%를 일본 국제협력기구(JICA)에서 지원한다.

일본과 필리핀 정부는 오는 11월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합의서에 서명할 전망이다. 일본은 이번 차관으로 공사에 필요한 자재 등 조달 업체를 일본 업체로 한정시키겠다는 목표다. 선로 부설이나 차량 및 시스템 도입 등 관련 사업이 다양해 일본 기업에도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마닐라 남쪽 철도 연장노선과 마닐라 수도권 첫 지하철 건설 프로젝트 등에도 관심을 갖고 사업 조사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총 103개국에 엔 차관을 실시했다. 이 중 경제적 유대가 강한 아시아 지역이 약 80%를 차지한다. 지난 3월에는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정비 사업에 약 1400억엔(약 1조3000억원) 엔 차관을 공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