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가 급락에 신흥국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빠져나간 자금은 달러로 모여 달러 실효환율은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닛케이신문은 세계 경기 침체 우려로 신흥국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지난달에 이어 다시 폭락한 중국 주식시장 영향에 신흥국 통화 환율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에 빨간불이 켜지며 세계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닛케이통화인덱스, 2008년=100)
(자료: 닛케이신문)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수준으로 내려갔다. 약 17년 만에 최저다. 인도네시아는 올 상반기 자국 통화를 약화시켜 수출 경쟁력을 높일 목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역효과를 일으켰다. 환율하락으로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와 브라질 레알화도 각각 약 13년,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 침체로 자원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자원국 통화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 자원 무역이 활발한 호주달러는 6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유출된 자금은 미국달러에 모이고 있다. 이번 주 미국달러 실효환율은 지난 2003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올해 안으로 금리를 인상한다는 전망도 달러 매수에 매력을 더하고 있다.
카말 샤마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통화 분석가는 “달러 강세는 미국 금리 인상 관측이 우세해 신흥국과 차이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미국 수출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향후 미국 경기를 걱정하는 의견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신흥국은 환율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말레이시아는 중앙은행이 링깃 구매와 외환 매도로 환율에 개입해 환율 하락세를 멈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환율 개입에 필요한 외환 보유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 낮아 향후 개입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