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가 ‘네온가스’ 품귀 현상에 대응하고자 장비 업계와 네온가스 사용량을 줄이는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당분간 사용량 감소로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네온가스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 장기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최근 글로벌 장비·레이저 업체와 네온가스 사용량 감축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네온가스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필수로 활용되는 특수가스로 올해 주요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에서 내전으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가격이 수십배 폭등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업체가 가스 비축을 위한 ‘사재기’에 돌입하면서 가격 상승세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가격 상승을 미리 예상한 반도체 업계는 대안 마련에도 한발 앞섰다.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장비 업체와 네온 사용량을 절반 이상으로 줄이는 장치를 개발해 왔다. 현재 막바지 테스트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장치 개발은 마무리 단계로 적용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반도체 분야에서는 네온가스 가격이 예상보다는 이른 시일 내 안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디스플레이 분야는 소프트웨어(SW)를 이용한 감축 방안이 나왔다. 글로벌 레이저 공급업체 코히런트가 네온가스 사용량을 25% 감축할 수 있는 SW를 개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에 제안하고 있다. 이 SW는 엑시머 레이저 핵심 부품인 튜브(Tube) 유지보수 과정에서 가스 충전 시 퍼징(purging) 공정을 최적화해 네온가스 사용량을 감축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모 디스플레이 업체가 엑시머 레이저 일부 설비에 적용, 테스트를 마쳤다. 다음 달부터 점진적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신창근 코히런트코리아 이사는 “레이저 성능을 기존 상태 그대로 유지하면서 최고 25%까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며 “반도체에 사용되는 네온가스 에너지는 20밀리줄(mJ) 수준인 데 비해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네온가스는 1000mJ이기 때문에 사용량을 줄이는 데 더 고급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국내 철강업계와 협력한 자체 수급 방안을 장기 대안으로 제시했다. 철강 생산과정에서 네온가스가 부산물로 나오기 때문이다. 현재 네온가스는 러시아와 중국 철강사가 부산물을 재활용해 만들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에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세계적 철강업체가 있는데도 이를 활용하지 않는 실정”이라며 “네온가스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면 반도체·디스플레이에서 필요한 수요는 충분히 해결되고 향후 해외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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