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경영이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까. 주선희 교수는 국내 인상학에 새 지평(地平)을 연 학자다.
국내 인상학 박사 1호로 얼굴경영을 주창한 그는 국내 대학 중 최초로 개설한 원광디지털대학교 얼굴경영학과장이다. 인상연구가로도 유명한 그의 얼굴경영 강의는 요즘 인기 상종가다. 이미 1만곳 이상에서 얼굴경영과 관련한 강의를 진행했고 지금도 관공서와 기업체, 문화센터에서 강의 문의가 쇄도한다.
일정이 바쁜 주 교수를 7월 23일 오전에 만났다. 얼굴경영을 잘하면 인생도 바꿀 수 있다는 ‘마음 관리법’이 궁금해서다.
주 교수는 성형만능 세태에 “얼굴을 성형하지 말고 마음을 성형해야 성공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인상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며 “마음을 바꾸면 인상이 바뀌고 인격과 운명이 변한다”고 단언했다.
-인상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나.
▲인상은 그 사람의 이력서와 같다. 얼굴에 상(相)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알 수 있다.
〃관상학과 인상학의 차이는.
▲관상과 인상이 상(相)을 본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관상은 타고난 것이고 운명론 관점이다. 생긴 대로 산다는 식이다. 인상은 내 운명은 내가 만든다는 개척론이다.
-인상은 변하나.
▲변한다. 사람의 얼굴에 60개 근육이 있는데 이 중 44개를 사용한다. 사람의 생각이 근육으로 나타나고 이것이 얼굴을 만든다. 인상은 변한다는 좋은 사례가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7년에 걸쳐 그린 세계적인 걸작 ‘최후의 만찬’은 예수가 12명의 제자들과 만찬을 함께하는 그림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예수 모델로 쓸 사람을 구했다. 오랜 기간 노력 끝에 선하고 깨끗하게 생긴 19세 젊은이를 찾아 그림을 그렸다. 6년간 예수의 11명 제자 그림을 그린 후 배반자인 가롯 유다 모델을 찾았다. 수소문 끝에 악랄한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를 찾아 얼굴을 그렸다. 뒤늦게 알고 보니 그는 6년 전 예수 모델이었다. 그렇게 선했던 젊은이가 6년 만에 살인자로 전락한 것이다. 이처럼 인상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변한다.
-우리나라에 언제 인상학이 들어왔나.
▲정확하지는 않지만 신라 선덕여왕 때 당나라로 유학 간 승려들이 달마대사의 달마상법(達磨相法)을 배워온 것으로 추정한다. 동국야사에 보면 당시 승려나 도학자들이 영웅호걸의 인상을 보고 미래를 알려줬다는 내용이 있다. 도선 국사가 왕건의 인상을 보고 국왕이 될 것을 예언했고 무학 대사와 혜증이란 인상가가 이성계가 임금이 될 것을 말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화담 서경덕과 토정 이지함, 서산대사, 사명대사, 격암 남사고는 인상학에 조예가 깊었다. 역사적 사실이다.
-얼굴경영이란 무엇인가.
▲얼굴은 정신이 머물고 다니는 동굴이다. 얼굴의 30%는 타고 나지만 나머지 70%는 후천적인 노력으로 형성한다. CEO가 기업을 경영하듯 사람도 얼굴을 잘 경영해야 한다. 우리가 얼굴 경영을 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을 만나거나 물건을 팔 때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 몸 경영과 마음 경영, 인재경영을 잘해야 얼굴경영을 잘하는 거다.
-요즘 성형이 유행인데.
▲가령 코가 비틀어져 보기 싫다면 성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멀쩡한데 하는 성형은 바람직하지 않다. 얼굴을 성형할 생각을 하지 말고 마음을 성형해야 성공한다. 면접에서 사람을 판단하는 데 고작 0.3초 걸린다고 한다. 잘못 성형해 어색한 얼굴 만들지 말고 마음을 바꿔야 한다.
-좋은 인상이란 무엇인가.
▲인상을 볼 때 우선 그 사람의 얼굴색을 본다. 이를 찰색(察色)이라고 한다. 우윳빛처럼 밝고 화사해야 한다. 검은 얼굴이라도 구릿빛이면 좋다. 붉은 얼굴이라도 화사하게 붉어야 한다. 마음이 불안하거나 안 좋으면 얼굴이 검게 변한다. 다음은 얼굴의 탄력도(彈力度)를 본다. 병원에 가면 의사가 환자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진단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기혈이 잘 통해야 뺨에 살이 오르고 탄력이 있다. 잘 웃는 사람은 얼굴에 탄력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게 눈빛이다. 눈은 그 사람의 정신이 머무는 집이다. 눈빛은 맑고 그윽해야 좋다. 빛이 나도 희번덕거리거나 광기(狂氣)가 서려 있으면 좋지 않다. 또 곁눈질로 주위를 흘끔거리거나 눈알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나쁜 상이다.
-어떻게 해야 좋은 인상을 만드나.
▲인상은 남이 못 바꾼다. 자신이 노력해 바꿔야 한다. 우선 좋은 인상을 만들려면 많이 웃어야 한다. 많이 웃는 게 좋은 상을 만드는 법이다. 많이 웃으면 근육운동으로 얼굴에 화색이 돌고 탄력이 생긴다. 웃으면 건강해지고 인간관계도 좋아진다. 승진하거나 사업도 성공한다. 그리고 하루를 잘 마감해야 한다. 사람 체세포가 바뀌는 시간이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라고 한다. 가능하면 이 시간대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잠자기 전 자기 칭찬을 하라. ‘오늘 잘했다. 수고했다. 감사하다’고 하는 게 좋다.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해야 좋은 인상을 유지할 수 있다.
-성공한 CEO들의 인상은.
▲공통점은 눈이 빛나고 활력이 넘치며 얼굴에 화색이 돈다. 눈빛이 흐리멍덩한데 고위직이나 장수한 사람은 없다. 회사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CEO의 얼굴을 보라고 권한다.
-목소리도 중요한가.
▲중요하다. 목소리는 품격을 나타낸다. 단전에서 울려 나오는 목소리가 좋다. 말을 할 때는 상대의 눈을 보라. 눈빛과 말이 일치하면 진실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강의를 했는데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는.
▲모 통신업체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사장보다 찰색이 좋은 임원이 있었다. 강의 후 누가 인상이 좋으냐고 하기에 그 임원을 지목했다. 알고 보니 사장이 가장 신임하는 임원으로 그날 특별포상을 받았다고 했다. IMF 무렵, 국내 굴지의 모그룹 사장단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강의가 끝나자 질문이 쏟아졌다. 첫 번째 누가 제일 잘나갈 것으로 보느냐고 물었다. 한 사람을 지목했다. 두 번째 누가 인상이 가장 좋으냐고 질문했다. 한 사람을 지적했다. 세 번째 자리를 바꿀 사람이 누구냐고 했다. 한 사람을 가리켰다. 네 번째 그룹사장이 아닌 사람이 누구냐고 했다. 내심 화가 치밀었지만 참고 대답했다. 나는 좌판을 깐 사람이 아니다. 강의 후 담당자가 ‘어떻게 그렇게 족집게처럼 맞힐 수 있냐’며 감탄했다. 그날 첫 번째 사람은 그룹구조조정 총괄 임원이었다. 두 번째 사람은 그룹에서 고위직으로 최장기 근무했다. 세 번째 사람은 사업실적 악화로 그만둘 사람이었다. 나머지 한 사람은 그룹 내 병원장이었다. 모 정권시절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에도 관여한 일이 있다. 선거철이나 개각, 인사철이면 대상자에 관한 질문이나 조언을 구하는 일이 셀 수 없이 많다. 어떻게 좋다, 나쁘다고 말하나. 이때는 몸을 피한다.
-기업에서도 얼굴경영이 필요한가.
▲당연하다. 직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려면 그 직원의 기질과 적성을 알아야 한다. 직원 얼굴을 보고 적소에 배치해야 기업이 성장한다(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직원 채용 시 관상을 중시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상으로 본 업무 적합 분야는.
▲영업직은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고 활동적이어야 한다. 대체로 볼이 통통하고 탄력이 있는 사람이 좋다. 살이 없고 마른 사람은 연구직이 적합하다. 비서와 기사는 자신을 보완해 주는 인상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는 게 알맞다. 기자나 재무직은 입이 큰 사람보다는 작은 사람이 온당하다. 세심하고 꼼꼼해서다.
-얼굴경영학과에서는 뭘 가르치나.
▲인상학에 관한 이론과 실습을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국내 하나뿐인 학과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입학해 4년간 이론과 실습을 공부하고 있다. 졸업하면 얼굴경영학사 자격을 준다. 얼굴경영으로 우리 사회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으면 좋겠다.
-좌우명과 취미는.
▲‘다시 태어나도 인상학을 연구하겠다’가 좌우명이다. 취미는 영화감상이다.
주 교수는 경희대 대학원에서 인상학 논문으로 국내 처음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인상학에 몰입한 것은 남다른 집안 내력 때문이다. 증조부는 이조시대 지리와 역법, 천문을 담당하던 관상감에서 일했다. 조부와 아버지도 관상과 인상에 조예가 깊었다. 주 교수는 어릴 적부터 서예를 익히면서 달마상법과 같은 상법을 배웠다. 1989년 인상연구가로 문화강좌를 시작했고 현대 사보에 인상에 관한 글을 기고한 후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3개월 만에 강좌가 18개로 늘었다. 이후 주요 기업과 관공서, 문화센터에서 강의요청이 쇄도했고 유력 중앙 언론에 칼럼도 연재했다. 그런 생활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2007년 한국HRD명강사 대상을 받았고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명강사 톱10에 들었다. 2000년부터 원광디지털대학교 얼굴경영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고 문화인재경영협회장도 맡고 있다. 저서로 ‘얼굴경영’ ‘얼굴경영2’를 비롯한 다수가 있다. 그는 사관생도처럼 허리를 곧게 세워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처음 자세를 한 치도 흩트리지 않았다. 상대의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깊고 맑은 눈빛이 인상에 남았다.
이현덕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