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발전으로 초연결성(hyper-connectivity) 시대가 도래하면서 디지털 경제 시대 진입이 가속화됐다. 산업경계의 무너짐과 기존 산업을 넘어 새로운 경쟁 틀을 고민해야 한다는 말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 변화에 실패한 코닥의 실패와 블록버스터를 무너뜨린 온라인 비디오 대여업체 넷플릭스의 니치버스터(nichebuster) 성공은 경영학 사례 연구의 단골메뉴가 됐다. 기존 고객에게 다른 방식과 다른 가치를 제공해 경계, 즉 새로운 영역에서의 새로운 사업영역 파괴자가 기존 산업 전반을 와해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우리 일상 속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배달앱 3사인 배달의 민족, 배달통, 요기요 출현으로 상가 안내 책자와 전단 시장이 대폭 축소됐다. 상가 안내 책자나 전단 업계는 스마트폰이 삼성전자, SK텔레콤, 네이버 등 정보통신기술(ICT)기업 생존에만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번다’는 속담이 있다. 지금이 그러하다. 1차원적 제품 생산과 판매 기업은 서비스 사용료나 광고, 중개 수수료 등 2차원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다른 영역 서비스 기업에 수위 자리를 내주는 상황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회사는 우버지만 정작 우버는 보유차량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큰 숙박업소는 에어비앤비이지만 보유 부동산이 없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허핑턴포스트 칼럼을 보더라도 기존 전통적 프레임은 내려놓고 경계 융화나 빅블러 시대가 요구하는 고객가치 극대화 관점에서 경영 패러다임 틀을 깨뜨려야 한다.
해외뿐 아니다. 국내를 보면 ATM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대기업은 경쟁사 간 과당 경쟁으로 수익성 악화 고민에 빠져 있다. 그러나 중개 수수료 기반 서비스 사업자는 기대 이상 수익성을 확보한다. 비정하다 해도 이것이 현실이다.
비즈니스 세계에는 공생과 기생 관계가 공존하는 외부성이 존재한다. 무경계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이라면 외부성을 적극 인정하고 역으로 이용하는 네트워크적 사업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서로 다른 다양한 성격의 사업자가 네트워크적 구조로 맞물려 가치를 창출하면서 공유하는 상황에서 이를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자는 주도적 입지를 가진다.
초기 성장 곡선은 더디지만 양면 시장이 형성되고 네트워크 기반 플랫폼 비즈니스 효과가 작동되기 시작하면 고객과 사업자가 급속히 확대된다.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어려워지는 승자 독식 현상이 발생한다.
대표적 플랫폼 비즈니스 성공 사례를 보면 수요와 공급을 연결시켜 주는 중개방식으로는 세차와 워시리, 사무실과 피봇데스크 등이 있다. 서비스를 사용하는 양에 따라 과금하는 방식은 공구와 힐티, 엘리베이터와 코네, 정수기와 코웨이 등이 있다.
무경계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에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제품에다 고객가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서비스가 접목돼야 한다. 독식보다 외부성을 인정한 공존하는 비즈니스 생태계 만들기가 필수다.
이를 위해 기존에 가진 기업 역량과 본업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아야 한다.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무한한 상상력과 비즈니스로 엮어내는 플랫폼 비즈니스 패러다임으로 무장한 기업문화로 바꾸는 것이 절실하다. 최철호 콤텍정보통신 대표 trchchoi@comt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