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커서가 깜빡이는 흰 공간만 보면 덜컥 겁부터 나거나 글쓰기 실력이 정체된 순간이 있다. 이 책은 백지 앞에서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저자는 간결한 문장을 쓰기 위한 원칙, 글의 얼개를 짜는 데 유용한 전략, 글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방법과 자세 등 글쓰기에 필요한 여러 실천 방안을 귀띔한다.
독자를 대하는 방식도 여타 글쓰기 책과 사뭇 다르다. 저자는 현학적인 문장으로 겉멋을 부리거나 독자를 향해 강박적인 조언을 남발하지 않는다. ‘이 길이 바람직한 글쓰기 길’이라며 손을 끌어당기거나 ‘남보다 잘 쓰는 비결을 터득해야 한다’고 등 떠밀지 않는다. 저자는 독자 스스로 글쓰기 능력을 가늠하도록 돕는 동시에 ‘어제의 나보다 잘 쓰는 방법’을 깨닫도록 유도한다.
저자는 섣불리 “글쓰기 비법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기본의 중요성을 조곤조곤 설명하며 독자에게 말을 건다. “글쓰기는 인생과 닮았습니다. 우연이나 요행을 바라선 안 됩니다. 모든 수에 앞서 기본이 먼저입니다. 이러한 이치를 헤아리고 받아들이는 게 먼저입니다. 이건 정말 중요한 얘기입니다. 특별한 비법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평범한 방법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경제부, 정치부 기자를 거쳐 청와대에서 연설문 작성자로 활동했다. 글에는 연설문 작성자이자 기자로서 저자가 깨우친 글쓰기에 대한 통찰이 담겼다. 장관급 인사 등 유명인 메시지를 작성하면서 몸소 느낀 글쓰기 노하우를 행간 곳곳에 농밀하게 담았다.
이기주 지음. 말글터 펴냄. 84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