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노화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50대 후반부터 노화로 인한 근육 소실이 빠르게 진행돼 건강수명이 짧아진다. 노화성 근감소증(Sarcopenia)은 일상생활 활동장애를 유발해 노인의 독립생활을 제한하는 데 60세 이상 인구의 약 50%가 유병률을 보일 정도로 흔하게 발생한다. 노화성 근감소증은 기초대사율을 떨어트리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2형 당뇨병 발생을 촉진한다. 이로 인해 당뇨와 비만, 심혈관 질환 등 2차 노인성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노화성 근감소증은 노화에 따른 호르몬 불균형, 운동신경 퇴화, 만성 염증반응, 산화적 스트레스 등에 기인한다고 알려져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노화 근육줄기세포의 자기재생능력 및 분화능력 저하다.
지금까지 노화성 근감소증은 노화에 따라 발생하는 질환임에도 자연현상으로 치부돼 왔다. 그러나 과학기술 발전으로 노화는 되돌리거나 지연할 수 있다는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근육노화 촉진인자로 ‘TGF-β’ 단백질이 보고됐는데 노화 근육에서 증가하는 TGF-β 단백질이 하위 단백질 신호전달체계를 활성화시켜 노화 근육줄기세포 분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외적요인이 일부 보고됐으나, 근육줄기세포 노화를 조절하는 내재적 인자나 작용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연구진이 근육줄기세포 노화를 조절하는 마이크로 리보핵산(micro RNA)을 발견하고 노화 근육줄기세포의 근육분화능력 저하 원인을 규명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과학연구소 권기선 박사팀은 젊은 생쥐와 늙은 생쥐에서 각각 근육줄기세포를 분리해 마이크로 RNA를 비교 분석하는 방법을 통해 노화된 근육줄기세포 분화능력을 회복시키는 마이크로 RNA-431을 새롭게 발견했다. 또 마이크로 RNA-431이 근육노화 촉진인자로 알려진 TGF-β 신호전달체계의 하위 단백질인 ‘SMAD4’를 저해하는 사실을 규명했다.
노화된 근육줄기세포에서는 miR-431 발현이 저해돼 있고 반대로 SMAD4 발현이 증가해 있었다.
연구팀은 노화 생쥐 근육에 손상을 유발하고 근육이 재생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miR-431을 손상근육에 주입했을 때 젊은 근육처럼 근육 재생이 빨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즉 인위적으로 miR-431을 발현하면 노화로 인해 저하된 근육 분화 및 재생이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근육노화의 생리적 기전을 이해하는 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근육줄기세포 노화 촉진인자인 SMAD4를 표적으로 한 새로운 개념의 근육 노화 표적치료제 개발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 기술을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노화성 근감소증을 겪는 환자로부터 근육줄기세포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구분해 분류하고, 노화억제 마이크로 RNA를 전달하는 시스템을 후속 연구를 통해 개발해야 한다.
권기선 생명연 박사는 “노화에 따른 근육감소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근육줄기세포 노화억제가 필요하다”며 “근육줄기세포를 회춘시키는 조절인자로써 마이크로 RNA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권 박사는 “새로 발굴한 miR-431을 통해 근육줄기세포 노화를 억제함으로써 효율적인 근육감소 치료제뿐만 아니라 근육감소로 야기되는 2차 노인성질환 치료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진 앤드 디벨롭먼트(Genes&Development)’ 7월 27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으며, 특허도 출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